[이젠 정책이다­](1)총선 이후 정부조직 개편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큰 17대 국회가 다음달 출범한다. 정부는 선거기간 손을 놓다시피했던 정책을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특히 한동안 묻혔던 IT정책 현안이 다시 돌출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꼭 챙겨야 할 핵심 이슈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여당의 4.15 총선 승리로 참여정부의 개혁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조직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청와대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다음달 17대 국회 개원 이후 정국이 안정화되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혁신위 관계자는 “정부혁신 태스크포스에서 이미 상당수 논의를 진행해 곧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문제가 해결되면 조금 더 구체적인 시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능 중복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과학기술, 산업자원, 정보통신, 문화관광, 방송위원회 등 IT 및 과학기술 관련 부처 조직 개편론이 다시 들끓을 것으로예상된다. 이들 부처는 이미 총선 이전에 나름대로 전담 팀을 구성해 대응논리를 개발해 일전을 벼르고 있다.

 핫 이슈는 과학기술 부총리제 도입과 통신방송위원회 설립 등 크게 두 가지다. 산자부와 정통부의 IT산업정책기능 통합 등도 큰 현안이기는 하나, 이 두가지 독립변수에 종속된다. 다른 부처의 기능 조정과도 밀접한 과학기술 부총리의 승격은 일단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났지만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지 못해 아직은 과기 정책 수립과 수행을 내부적으로 준비중”이라며 “언제라고 못 박을 수 없겠지만 17대 국회가 개원하는 시기와 맞물려 과기부 등의 개편 논의도 급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 관계자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불확실성이 제거돼 다행”이라며 “특히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선 여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당초 정부 의도대로 개편 작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산자부와 정통부는 과기부 격상과 업무 조정 역할 자체엔 이론이 없다. 하지만 조정 업무의 영역이 구체적인 R&D전략 기획, 예산배정까지 확산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과기부의 영역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경우 산자·정통 통합론이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통신방송위 설립 논의는 더 큰 변수다. 현재 통신 및 전파 정책은 정통부가, 방송정책 및 심의는 방송위가, 방송산업육성 정책은 문광부가 각각 맡았으나 통신방송위는 이러한 기능을 일원화한다.

 특히 통신방송융합 추세에서 정통부와 방송위의 기능을 흡수하는 통신방송위원회 신설 요구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병준 정부혁신위원장은 탄핵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당분간 기능 조정 외엔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총선을 계기로 최근 청와대와 정부혁신위 일각에서 통신방송위 설립건을 조기에 매듭짓자는 의견이 부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TV 방송방식 논란으로 정통부에 반감을 가진 방송계의 목소리가 총선을 거치면서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방향은 정통부의 정보통신진흥국(통신규제), 전파방송관리국(전파규제), 통신위원회(사후규제)에 방송위를 한데 묶는 것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모델이다. 일각에선 정부혁신위가 일단 정기국회 이전에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물리적인 통합부터 추진해 올 가을 이전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문제는 행정기관인 정통부와 위원만 공무원인 방송위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여야가 힘의 균형을 이룬 방송위를 정부 조직화하는 것이 쉽겠느냐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방송위는 ‘융합추세를 담기엔 통합이 불가피하다’며 외곽에서 정통부를 옥죈다. 정통부는 ‘통합에 반대하지 않으나 방송위의 행정기관화가 전제돼야 할 것’ ‘IT산업과 통신방송 규제정책을 떼어내는 것은 IT산업 발전에 큰 악수’라는 논리로 맞받아쳤다.

 통신방송위 신설은 IT 부처 개편에 ‘태풍의 눈’이다. 총선 이후 IT 부처들의 촉각은 이 태풍의 진로를 계속 따라 북상할 수 밖에 없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