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의 봄`은 오는가

`브루`와 공존 한·미통상 고개 넘으니…

“기술국산화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수없이 밤을 새웠는데 정작 지재권을 활용하기도 어렵고 돈벌 길도 별로 없다.”(WIPI 플랫폼 개발사)

 “(퀄컴을) 신경 안 쓸 수도 없고 (위피를) 쓰기는 해야 하는데 돈되는 콘텐츠는 전무하다.”(이동통신업체들)

 “단말기도 별로 없고 개발비도 주지 않는데 대박 콘텐츠만 내놓으라 한다”(모바일 콘텐츠업체들)

 한·미간 통상 현안이 됐던 국산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퀄컴의 ‘브루(BREW)’와 공존이라는 봉합점을 찾아가는 가운데 정작 초기 시장확대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위피’ 개발의 주역이었던 단말기·이통·콘텐츠·솔루션 업체 등이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활성화하는 명확한 비전을 찾고 있지 못한 것. 더욱이 개발에 참여했던 주체들 간에 기술로열티와 사용료 분배를 놓고 잡음마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는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BM)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위피 플랫폼 개발 로열티 줘라”=위피는 현재 다른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상호 호환성이 높아진 1.2버전의 단말기 출시를 시작으로 콘텐츠 개발, 가입자 확대 등 시장 형성의 초기 단계에 있다. 하반기에는 자바와 100% 호환이 가능한 2.0버전의 단말기가 나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위피 개발을 놓고 참여했던 플랫폼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콘텐츠를 보급하고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는 것은 좋으나 플랫폼 개발에 대한 로열티를 이통사들이 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위피 개발에 참여한 한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브루’는 KTF가 퀄컴에 대당 3달러에 달하는 로열티를 주고 있고 XVM 등 기존 국산 플랫폼도 SK텔레콤이 콘텐츠 매출의 4.5%를 줬었다”며 “위피 개발에 이통사들이 참여했다고 해서 플랫폼 사용료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노력의 대가를 그냥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위피가 확산되면 플랫폼 업체들의 그나마 얼마되지 않는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 또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로부터도 위피 플랫폼을 탑재시켜주는 대가도 미미하다.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KWISA) 관계자는 “위피는 현재 플랫폼업체들의 수익이 되고 있는 기존 플랫폼을 대체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로열티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급확산된다면 되레 제살을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위피’와 ‘브루’ 둘다 선택해야(?)=반면 무선인터넷 수익을 독식한다며 콘텐츠업체들과 솔루션업체들의 주적이 되고 있는 이동통신업체들도 위피를 확산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 위피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유한 가입자가 이통3사 통틀어 50만명밖에 되지 않는 것. 이도 상당수가 기존 버전을 탑재하고 있어 다른 플랫폼과 호환이 되지 않아 이제부터가 사실상 보급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또한 현재 이통사가 제공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콘텐츠 중 위피용 콘텐츠 역시 50∼60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 내부에서는 제대로 콘텐츠도 확보되지 않은 위피를 확대하면 무선인터넷 매출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록 위피가 호환성이 높아 이통3사가 공동 채택하면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옮겨 쓸 수 있겠지만 당장은 수익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여기에 CDMA 베이스밴드칩과 브루를 함께 공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퀄컴과의 관계도 무시못할 압력이 되고 있다. 통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력 때문에 브루와 위피를 둘다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콘텐츠 보급에도 시간이 걸리고 원가부담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위피가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나 통상 이슈에다 퀄컴과의 관계 등도 걸리고 사실상 단말기·콘텐츠 등 매출확대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수익배분 등을 공격적으로 논의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상생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해야=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을 더 기대하기도 어렵다. 통상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선다면 또다른 우회 지원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500만대의 위피 탑재폰이 시중에 공급돼 시장 메커니즘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혁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KWISA) 회장은 “플랫폼 개발사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위피 콘텐츠 개발업체에 대한 지원확대, 단말기 제조사의 위피용 단말기 출시 가속화 등이 서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가 빨리 정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 주체들이 대승적 관점에서 협력할 부분을 더 찾아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