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결정권 `도마위에`

물가상승 주범으로 지목

이동전화와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등과 같은 유·무선 통신비가 생활비에 차지하는 ‘통신계수’가 높아지면서 통신 요금 결정권을 놓고 소비자 및 시민단체·물가당국과 사업자·통신정책당국이 팽팽히 맞섰다.

 그간 통신비를 둘러싼 논쟁은 인하폭이 크니 작으니 하는 충돌이었으나 최근들어 요금 결정권 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생활비의 10%를 훌쩍 넘은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재정경제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통신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재경부는 최근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열린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주요 통신요금 결정시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의 명문화를 나섰다.

 그러나 통신정책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이러한 요구가 IT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하는 정책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통신요금 사전 심의기구인 요금심의위원회를 강화하고 약관인가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KT·SK텔레콤·KTF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도 시장상황에 따른 자율 경쟁을 저해한다며 우려했다.

 ◇요금결정 공론화vs전문화=재경부와 시민단체가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이동전화 요금을 내려야한다는 것. 치솟는 물가지수를 잡기 위해서는 통신비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통신비가 민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앞으로는 인상 또는 인하 등 주요 요금을 결정할때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자고 주장했다.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사전 예고한 뒤, 공청회를 거치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난색을 표명했다. 이미 통신위원회에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요금심의전문위원회를 두고 주요 요금제에 사전 조율을 거치는 등 각종 보완책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KT 시내전화 요금과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요금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일일이 요금을 포함해 전체 약관을 사전 검토해 인가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공청회라는 툴을 만들면 옥상옥이 된다는 주장이다.

 정통부측은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 통신요금 결정에 일일이 공청회를 열수도 없고 자칫 잘못하면 정책의 일관성도 보장하기가 어렵다”면서 “요금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화하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약관인가 절차 개선 시급=정통부가 인가 및 신고제 형태로 통신요금 조정에 개입하나 사실상 업무 부하가 많아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가 전문성을 살려 통신요금 정책을 입안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비판이다.

 정보통신진흥국 경쟁정책과와 이용제도과에서 신고 업무와 인가 업무를 나눠 검토하나 일주일에도 각 과당 10여건의 약관 변경 심사의뢰가 들어온다. 담당과에서 이를 검토에 약관을 인가 또는 신고접수하는데 평균적으로 2주일 가량이 걸린다. 더욱이 114 요금이나 국제전화 요금, 초고속인터넷 요금 등은 인가 역무가 아니어서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 신고만 하면돼 접수당시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기습적인 요금 인상에 따른 민원 폭주 등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정통부에 약관 인가 신청을 접수해놓고 진척 상황에 대한 정보도 없이 기다린 게 한두번이 아니다”라면서 “좀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빠른 정책적 결정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IT선순환 구조로 정책의 힘 보여줘야=시각을 통신요금이 아니라 IT산업으로 좀 더 넓히면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사업자들은 재경부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의 비중을 낮추고 통신사업자들이 이익을 재투자로 연계하도록 견인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역할이라는 지적이다.

 요금 결정권의 상당부분이 소비자단체나 물가당국에 갈 경우 ‘요금 인하 여력을 투자로 전환해 IT산업을 활성화하는 IT선순환 구조 조성’이라는 기존 정보통신서비스 정책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KISDI 한 연구원은 “문제는 사업자들의 투자비보다 마케팅비가 높아져 정통부의 IT선순환론이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통부가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거나 이를 다시 국민들에게 되돌려 줄 새로운 정책 개발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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