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강의` 약일까 독일까

신규가입자 목마른 초고속 인터넷업계

 ‘인터넷 수능강의, 초고속인터넷시장에 약일까, 독일까?’

 EBS의 인터넷 수능강의 시작이 내일로 다가온 가운데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이 이를 계기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가입자 확대를 위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KT·하나로통신·두루넷·큐릭스 등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이번 인터넷 수능강의가 정체돼 있는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접속 불량 등으로 망 품질 평가가 확연히 내려질 우려를 대비, 사활을 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는 수능강의 준비기간이 한달 남짓밖에 되지 않는 데다 수능 준비생들의 분포도나 트래픽 집중 예상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 시뮬레이션이 없이 증설 작업이 이뤄져 서버 및 네트워크의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시접속자 10만명이 넘는 수준의 인터넷 강의가 진행되려면 시행착오에 따른 상당한 시간과 추가 비용을 더 소요될 것이라는 게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제2 인터넷 대란을 막아라=교육부 방침 결정 이후 한달여간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수능준비생들의 동시접속으로 일어날 트래픽 과부하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차단시키는 데 집중해왔다. 수능 준비생들이 EBS 홈페이지에 일거에 접속할 경우, 이들의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백본망· 가입자망·각종 서버 등의 능력이 집중되면서 나머지 가입자들의 인터넷 접속이 끊어질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KT·하나로통신 등 인터넷업체들은 링크 이용률 70% 이상이 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비를 투입했고 EBS도 서버단에서 10만명 이상 동시접속을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진행중이다.

 하나로통신은 백본망과 예상되는 트래픽 집중 구간을 선정해 유휴 장비를 집중배치하고 있다. 특히 동시 접속자 2만7000여명을 기준으로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하고 트래픽 폭주시는 백본망 경로를 이중화해 우회 경로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가입자망 구간은 주문형동영상(VOD) 화면 끊김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두루넷은 백본망이나 연동망보다는 일부 간선망 구간에서 트래픽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속도저하에 대비, 장비 업그레이드 및 증설을 진행중이다. 첫 단계로 CMTS장비 120대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은 긴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보고 체계를 갖추고 신속한 민원 응대 및 해소를 위한 콜센터 운영, 망 계위별 운용 고장에 따른 유관 부서와 상호 업무 협조 체계 등을 갖췄다.

 ◇졸속 행정, 노정된 문제=문제는 이같은 여러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이미 예견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수능강의를 보기 위해 접속하는 가입자가 어디서 발생할지 사전 조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장비업체들은 막연한 가상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분산 장비 증설 등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KT나 하나로통신의 모의 실험 역시, 평소 사용량이 많은 서울 지역 일부를 기준으로 추가 트래픽을 10% 정도 발생시켜 대응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여기에 EBS가 준비한 서버가 10만명 동시가입자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고 있지 못하다. 다운로딩 허용, 접속시간 제한 등 동시 접속을 막을 수 있는 여러 툴을 만들어 놓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사전 준비기간을 충분히 둬 트래픽 예상지를 분석하고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만 있어도 투자비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면서 “일단 시작후 1주일간 이를 분석해 보완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호재냐, 악재냐=더 큰 문제는 ‘수능강의’가 초고속인터넷시장의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570만 가입자 중 40%가 VDSL 가입자인 KT의 경우 HFC망이 50%가 넘는 하나로통신이나 두루넷 등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동시 접속자를 해결할 수 있다. HFC망의 경우, 1셀당 처리할 수 있는 동시가입자수가 300∼500명에 머물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xDSL보다 2배 이상 든다.

 이 때문에 KT는 10만 동시가입자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을 240억원 정도 산정하고 있는 반면, 하나로와 두루넷은 500억원대에 이른다. 결국 이같은 투자비를 확보하지 못한 후발업체들은 되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KT는 스카이라이프와 초고속인터넷 번들상품에 웹하드까지 엮은 수능패키지 등 공격 채비를 해놓고 있다.

 한 후발업체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회수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장비 증설과 안정적 운용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수능강의에 따른 부작용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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