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영상통신 비동기 IMT2000(WCDMA)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손 안에 들어왔다. 얼굴을 보며 통화하고 초당 2.4Mbps급의 속도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영상을 휴대폰 하나로 즐길 수 있다. 음성통화에만 의존해 온 기존 이동통신의 한계를 껑충 뛰어넘는 신개념 서비스로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특히 WCDMA는 초기부터 국산 기술을 바탕으로 부품과 장비 등 후방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맞물려 이동통신 국산화라는 첫 물꼬를 틀 선두주자로 부각돼 왔다.
그러나 정작 WCDMA 상용서비스가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났으나 실제 가입자는 1000명도 안되는 수준이다. 서비스 지역도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 머물고 있고 단말기를 구할 수 있는 대리점도 몇 되지 않는다. 2세대와 3세대 기지국간 핸드오프(끊기는 현상) 문제나 듀얼모드듀얼밴드(DBDM)을 지원하는 원칩단말기 개발이 늦어져 시장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
물론 PCS가 처음 상용화됐던 90년대 중반에도 기술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렸고 또 가입자도 부진했다.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기 까지는 감내해야할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예와 달리 WCDMA는 이미 셀룰러와 CDMA로 이뤄놓은 이동통신시장이 수요가 포화돼 새롭게 가입자들을 끌어당길 소구점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이미 3400만명이 넘는 이통가입자가 포진해 있고 cdma 2000 1x 기술이 WCDMA의 주요 특장점을 희석화시킬 만큼 발전해 소비자들이 굳이 바꿔야하는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것. 여기에 이동통신기술 국산화라는 명목으로 수년간 땀을 흘려온 수백여개에 달하는 부품·제조업체가 고사직전의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예와 다른 심각성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최근 WCDMA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 단말기 및 장비제조업체 삼성전자, LG전자, 연구기관 ETRI, KISDI 등과 함께 시장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IT투자를 조기에 이끌어내 WCDMA 서비스를 제궤도에 올리기 위한 것.
이날 자리에 모인 사업자들은 각종 기술적 문제와 시장 상황, 수요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핸드오프, DBDM 단말기 개발현황도 점검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WCDMA 단말기 구입에 드는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사업자들로 하여금 약 40%대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과 KTF는 보조금 지급과 함께 새 업그레이드 단말기를 내달에 내놓을 예정이다.
양 사업자는 그럼에도 기술안정화와 시장안정화가 되기 까지는 당분간 단말기를 월 4만원 정도에 렌탈폰 형태로 제공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되면 순차적으로 실판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보조금 지급과 맞물려 각 대리점에서 실판매가 이뤄질 시점은 9월께로 예상하고 있다. 요금제도 탄력성을 뒀다.
WCDMA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멀티미디어메시지(MMS)와 영상통화를 다양하게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정액제 형태로 운영중이다. 기본료도 30%로 할인하고 데이터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CDMA 가입자는 가입비를 면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서비스와 단말기,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KTF와 SK텔레콤은 텔레매틱스 등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를 개발하고 신용카드와 증권 등 각종 금융서비스와 컨버전스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또한 해외 출장이 잦은 30∼40대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글로벌 로밍 서비스와 웰빙족들을 위한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무제한 커플요금제, 가족요금제, 데이터 요금제, 동영상 요금제 등을 차별화해 선택의 폭도 넓히기로 했다.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단말기 문제는 우선 2칩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핸드오버 기술이 완료되는대로 내년 7월께는 경쟁력 있는 원칩 단말기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정부와 통신사업자, 단말기업체들간 적극적인 협력과 선행 투자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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