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화 심의` 규제잣대 안 되길

 정보화 사업에 대한 심의가 강화되고 지원 절차도 까다로워져, 각 부처마다 내년도 정보화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자정부 등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굵직한 프로젝트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국가정보화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및 사전 재원분배제도 시행을 공식화하고 나선 데 이어 행자부와 정통부도 신청과제에 대한 검토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국민의 혈세인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감사원까지 나서서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정보화사업 현황을 포함, 중복투자 여부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정보화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해마다 정보화 예산 규모가 느는 상황에서 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고질적인 부처간 이기주의로 야기된 중복투자 등을 사전에 방지해 재정 낭비를 막고 사업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중복 심의와 복잡한 지원 절차는 자칫 정보화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정보화사업은 투자 대비 효과를 미리 완벽하게 계량하기 어려운 까닭에 계획하고 있는 사업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경우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화사업 심의 강화는 사업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데서는 올바른 제도지만 자칫 필요 이상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경우 당초의 목적에서 벗어난, 또 하나의 규제 장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정보화 예산이 삭감되는 현상이 생겨, 긴축으로 인해 각종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정보화 예산 증액은 틈만 나면 강조되는 사안이다. 그 동안 정부는 정보화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해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작년에는 우리나라의 종합정보화 순위가 세계 12위에 랭크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둬 국가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우리 상품의 대외 인지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정보화 투자는 많을수록 좋다. 더구나 장기적인 불황으로 내수가 침체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카드는 그래도 IT 밖에 없다고 본다. 불황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성공한 기업들이 많다. 국가의 투자도 선택과 집중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정보화사업은 근시안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하는 그런 사업이 아니라 열린 전자정부를 구현해 행정서비스를 혁신하고 전 산업의 정보화를 촉진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핵심 프로젝트다. 이번에 시행되는 예비 타당성 조사나 사전 재원배분제도가 불필요한 예산은 당연히 줄여야 하겠지만 반대로 정보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할 분야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각 부처의 정보화담당자들이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예산을 깎는 데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불필요한 정보화 예산을 줄이고 중복사업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바람직한 방침이다. 하지만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운용을 잘못할 경우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돈 몇 푼 절약하려다가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정보화사업이 차질을 빚게 만드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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