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어에 능통한 개발자와 매뉴얼을 정확히 번역할 수 있는 테크니컬 번역가들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구축 등 미시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 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정보통신 수출의 어려움 및 해결과제’라는 주제로 3월 정기 토론회를 가졌다.이날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수출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얘기하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결방법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외국어에 능통한 개발자 육성과 같은 미시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이날 포럼에서는 하드웨어 제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제품의 수출을 위주로 토론이 진행됐다.
최근 수출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보안 솔루션 업체 CEO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은 성과여부를 제쳐 놓고라도 3년전 수출에 뛰어든 이후 엔지니어와 CEO가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자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 도전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시장 진출에 앞서 해당 국가의 유통구조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철저하게 리셀러 시장인 반면 일본은 철저한 총판시장이라는 점 등을 알아야 판매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제품 서비스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CEO가 직접 자신의 의지를 보이고 계속적으로 사업을 할 것임을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해외 수출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수의 소프트웨어 안정성 검증기관의 인증을 받고 수출을 하려는 시도를 해야지 국내 상위권에 올라 있다고 무조건 해외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라는 것. 오 사장은 이어 해외 채널을 통해 수출했다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사용자를 고려해 유지보수에 심혈을 기울이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국내 업체가 수출 추진시 전략이 없어 절름발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병초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NTT와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의 예를 들며, 지금까지 국내 벤처기업들의 수출전략을 보면 간단한 모델만 갖고 있을 뿐 전략적인 프로세스는 없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사후 서비스가 중요한데 그것을 지속적을 해줄 수 있는 기업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정부 기관이 이를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민간기업도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신진범 삼성물산 차장은 수출이란 측면에서 국내 중소업체를 절름발이로 표현했다. 대부분이 갖고 있는 기술이 제한되어 있고 제품도 한정돼 있는데다 개발만 알지 마케팅 등 그 다음단계를 어떻게 대처할 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군을 형성하고 종합 솔루션을 갖고 있어야 경쟁이 가능한데 전혀 이러한 준비를 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차장은 이어 4년전 인도에 소프트웨어센터를 설립한 바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어서 제 3자에 개발하려 하지 않아 결국 무용지물이 된 사례를 지적하며, 해외 선진기업처럼 개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태석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 팀장은 “매년 정부는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데 기업에서는 매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지금이 내년 예산을 구체화하는 시즌인 만큼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적극 대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처럼 정부가 초기단계에서 지원해주고 사업이 본격화될 때 ‘알아서 하라’고 하는 소극적인 지원이 아니라 전체 프로세스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공격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석환 레이콤시스템 사장은 “자사가 과거 7년동안 수출을 하려 했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통신제품과 같은 경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나갈 수 있어야 하며, 정부도 이런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명 미래포럼 회장은 “수출의 문제점을 듣다보면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며 학교에서 이러한 기초를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도 단순히 숫자로 평가받으려 하기보다는 기업이 감동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정부, 기업들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사진 = 정보통신미래모임은 23일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정보통신 수출의 어려움 및 해결과제’라는 주제로 3월 정기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정보통신 수출을 육성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주제발표(1):IT수출 증대를 위한 제언
-지석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해외협력단장
IT수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국내 2003년도 수출액은 전년대비 19.6% 증가한 가운데 전체 수출 대비 IT부문수출은 24.6% 증가했다.지난해 IT부문 수출액도 전체 수출액 대비 29.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10대 성장원동력 사업을 선정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IT부문은 갈수록 전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초대형 IT기업간 인수합병 열풍이 불고 있으며 세계표준 및 글로벌 아웃소싱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한 이른바 BRICs라 고 불리는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중국, 유럽 등 IT만은 고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 외에도 전자제품들이 유례없이 이윤이 떨어지고 있는 데 비해 보안 솔루션의 급성장, 게임 등 콘텐츠 부문의 강세 등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 중소 IT벤처기업의 경우는 현지 파트너 및 채널연계, 해외 마케팅 능력, 해외시장 정보, 현지화 등의 부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제품, 시장, 재정, 운영 등의 4가지 관점에서 총체적인 비전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진흥원은 4월말 국내 30개 기업을 해외진출사례로 꼽을 예정인데 이를 토대로 각 기업의 공통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진흥원 처럼 정부 산하 단체들의 해외 지원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5월 이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상담회를 실시해 실제로 파트너를 연결시켜 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제발표(2):온라인 게임 수출 사례
-로시아 유 넥시안 사장
요즘 가장 부각되고 있고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콘텐츠로 온라인 게임을 꼽을 수 있다. 넥시안은 중국과 태국 등 외국에 국내 온라인 게임을 소개하고 수출을 하는 것을 도와주는 기업이다. 온라인 게임의 수출과 관련해 협상하며 몇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 이는 온라인 게임 업체, 더 나아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지향해야 할 수출 전략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먼저 제품에 대한 전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의 한 기업이 한국의 한 게임을 구매해달라는 의뢰를 한적이 있다. 대략적인 가격을 제시해주고 그 정도의 가격에 맞추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조건도 따라왔다. 이후 협상과정에서 국내 해당 기업은 의외로 중국에서 요청한 가격의 70% 정도만을 제시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왜 가격을 그렇게 책정했는지 물었을 때 답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 제품을 갖고 중국시장, 혹은 동남아 시장에서 런칭했을 때 수입이 어느 정도 될지 아무런 준비가 안돼 있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사들과 디스트리뷰터 업체들이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해외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지 않을까 싶다.
둘째는 파트너십에 관한 문제다. 중국 등 해외 진출한 게임업체들을 보면 게임만으로는 굉장히 성공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파트너십에 대한 문제 등으로 서로 발목을 잡고 있는 사례가 많다. 또 게임을 직접 개발한 국내 개발업체나 디스트리뷰터보다 중국의 디스트리뷰터가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내 게임업체는 아시아 시장 전체에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고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 이러한 기술적 우월성을 토대로 해외 업체와의 관계를 가질 때 전략적인 윈윈프로그램의 파트너십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국내 게임 개발업체들이 게임개발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 단계도 미리 준비하고 시작했으면 한다. 한국시장만 보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혹은 전세계 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고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모저모
○…이날 포럼에서는 주로 중국, 동남아 지역의 소프트웨어 수출 사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중국 시장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았다. 최종욱 상명대 교수는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다시 중국에서 일본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는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세현 중앙대학교 교수도 “이대로 가면 수년내 중국의 하청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태명 미래포럼 회장이 이달부터 포럼 웹사이트(http://www.futureforum.co.kr)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정보통신 현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보통신 종사자라면 누구나 미래포럼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이트 역시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업계의 대표 사이트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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