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휴대폰 직접 만들어 판다

세계 경쟁력 한계…겸업으로 출혈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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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이 휴대폰 제조사업을 수종사업으로 육성할 것은 선언하면서 통신서비스 사업모델과 장비제조 사업모델을 결합한 사업모델이 새롭게 시험대에 올랐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다수 국가들이 서비스와 제조업을 불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서비스와 제조업을 결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실패한 모델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신속한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전용폰 개발과 테스트베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그같은 논지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휴대폰과 같은 부문의 경우는 아예 통신그룹의 핵심기업으로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배경=무엇보다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이 내수 성향이 강해 성장에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데다 요금인하 등으로 지속적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사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5억대를 넘을 정도로 시장 기회가 많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도 손색이 없다. 물론 각종 이동통신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시스템으로서의 필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와함께 제조업체가 주도하는 시장 리더십을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SKT·KTF 적극 나서=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최근 교세라로부터 휴대폰 자회사인 SK텔레텍 보유지분 27.48%를 549억원에 인수, 지분율을 89.14%로 높였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휴대폰 사업 강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SK그룹은 SK텔레텍을 SK텔레콤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판단,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동부증권 김성훈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제조업 육성을 통해 규제 산업인 서비스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 사업의 뒤를 잇는 성장 엔진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SK텔레텍은 최근 5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SK텔레콤의 단말기 연구개발(R&D)와 마케팅에 큰 도움을 줬다. 게다가 내년 말에 공정위원회의 연간 120만대 그룹 내 납품 제한 규정이 풀리게 되면 공급 물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KTF 역시 적극적이다. 휴대폰 자회사인 KTF테크놀로지스가 번호이동성 도입을 계기로 공급물량 기준으로 처음으로 SK텔레텍을 앞설 정도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는 SK텔레텍보다 더 적극적이다. 2위 사업자라 납품 제한 규정도 없다. KT그룹에서 전력투구하면 당장이라도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

 ◇전망=하지만 이들 이통사들에게 어려움이 없는게 아니다. 국내에서야 모회사의 지원(?)으로 일정 부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SK와 KT 브랜드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승부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휴대폰 시장은 빅3(노키아·삼성전자·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져 나머지 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국내 서비스 휴대폰 자회사가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견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제조업체들은 “방송국이 TV를 파는 격”이라며 “서비스와 제조는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조업체들은 또 서비스와 제조를 겸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휴대폰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업체까지 휴대폰 수출에 가세할 경우 국내 업체간 출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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