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디 갔을까?

스키조…더럽지…스폰지…

 ‘스키조, 더럽(The-Rob)지, 스폰지.’

 지난 90년대 후반, 인터넷 보급 초창기를 풍미했던 웹진과 온라인신문들의 발자취는 이제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형 검색 포털, 공공 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이들이 남긴 문화 활동과 담론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헌 책방에서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주요 시민단체 등이 그동안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던 이른바 ‘정보 트러스트 운동’의 방향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단순 사장되는 디지털 문화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정보 공유의 불평등 해소’라는 궁극의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기구와 단체는 특히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공도서관에 대한 ‘디지털 유산 납본제도’ 의무화 등을 추진할 움직임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휘발성’ 인터넷 역사 보존운동=지난해 하반기 사이버문화연구소,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6개 민간단체와 정보트러스트운동추진위원회(http://www.infotrust.or.kr)의 주도로 시작된 ‘정보트러스트 운동’은 올해 지속적으로 가시적 성과물을 도출해낼 계획이다. 우선 최근 함께하는시민행동에 설치된 정보트러스트운동 전담 사무국에서는 조만간 ‘인터넷 연표 버전 1.0’을 발표하고 기록되지 않고 ‘휘발되는’ 인터넷상의 역사들을 정리한 일명 ‘인터넷역사백서’를 법·제도, 사회, 문화 등 4개 분야에 걸쳐 연내 발간할 예정이다.

 사무국 측은 우선 지난 92년부터 2003년까지 인터넷에서 벌어진 굵직굵직한 역사를 한데 묶고 올해부터 매년 1회씩 정기적으로 사이버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또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웹진, 주요 PC통신 동호회 복원 등을 위한 캠페인을 5월부터 전개한다.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이 운동을 안정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연내에 문화부 산하 단체(사단법인화)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유산납본제도’ 등으로 확대=민간 차원의 정보 트러스트 운동의 추진과 함께 최근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디지털 유산 보존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올해 과학·커뮤니케이션 부문의 1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유산 보존’ 연구는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추진해온 ‘정보 트러스트’운동의 맥을 이으면서 그 범위를 범 정부적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깊다. 여기에는 디지털 문화의 복원, 보존은 물론 전자출판물·멀티미디어 등에 대한 공공 도서관 납본 제도 의무화 등 법·제도 정비, 디지털 세계 문화 유산 지정 등 국제적인 사업 추진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이미 호주 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디지털 콘텐츠의 공공 도서관 납본 제도는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고 가치있는 디지털 유산을 영구 보존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정부도 적극 나서야=이처럼 디지털 유산의 보존 작업이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지원은 현재까지 지극히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관련 정책 수립에 나서고 있는 데 비해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 및 교류가 활발한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영민 교수(한양대 정보사회학과)는 “관련 부처가 당장 돈되는 먹거리 사업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라지는 문화 활동 기록과 정보공유에 대한 법, 제도적인 지원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특히 디지털 유산 보존은 관련 기술 개발 및 판매 등으로 시장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은 분야”라고 제언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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