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무임승차식 사업` 빈축

로봇청소기 같은 미성숙 분야 `뒷짐`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이 공기청정기나 김치냉장고처럼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분야에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반면, 로봇청소기 같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뒷짐’으로 일관하고 있어 관련 중소기업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시장성을 이유로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거 김치냉장고나 공기청정기처럼 대기업들이 또 다시 ‘무임승차’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질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팔걷어부친 공기청정기 시장=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청풍·샤프 등과 같은 중소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환경이 웰빙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면서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 대기업이 그 동안 공기청정기를 내놓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올들어 이 시장을 아예 석권해 버리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클레나’라는 브랜드로 8평형에서 13평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공기청정기 시장 공략 강화를 선언한 LG전자는 올해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20%, 내년에는 40%를 달성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 역시 올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뒷짐진 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에 대해서는 이처럼 적극적인 대기업들이 로봇청소기에는 미온적인 모습들이다. 지난해 4월 ‘로보킹’을 내놓으며 로봇청소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는 제품 발표 이후 지금까지 1차 생산된 물량만을 가지고 온라인 사이트인 LG나라를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추가 생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께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만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G전자가 그나마 시장에 제품을 내놓아 ‘쓴 경험’을 했다면, 삼성전자는 아예 시장에 명함도 못 내민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첨단 로봇청소기인 ‘쿠르보’를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를 하지 않고 있으며,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양산 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공격적으로 로봇청소기 시장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시장 미성숙’을 들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게다가 가격마저 비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LG전자의 로보킹은 중소기업 제품보다 훨씬 로봇답지만 가격이 249만원으로, 50만원대인 중소기업 제품에 비해 4배 정도나 비싸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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