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망 기술 불구 시장 `꽁꽁`
지난 2000년을 전후 황금알을 낳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인정받던 음성인식 기술 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 대표 음성기술 기업이던 보이스웨어의 경영권마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넘어가며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보이스텍·SL2·HCI랩 등 음성부문 사업을 축소하거나 업종을 변경한 기업들에 이어 보이스웨어마저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국내 음성기술 업체는 몇년 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명맥마저 끊길 위기에 처하게 됐다.
◇대표기업 보이스웨어의 운명은=보이스웨어는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백종관 대표이사가 보유지분 101만여주(12.14%)를 영화 ‘집으로’의 제작사 투브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인 흥보실업 문흥렬 대표와 DSP엔터테인먼트 이호연 대표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또, 11일에는 주주총회소집 관련 공시를 통해 오는 29일 주총에서 문성준 씨와 이호연 씨 등 4명을 새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사업구도와 관련, 백종관 사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외에 기존의 음성인식소프트웨어 사업은 자신이 책임지고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직원들은 대표이사의 돌연한 지분 매각이후 노조를 결성, 대응하는 등 흔들리는 분위기다.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열의를 보일 수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만큼 음성 사업은 ‘길어야 1년’이 될 것이며 불안하고 있다. 엔지니어의 축적된 기술력이 관건인 음성기술 벤처기업의 특성상 직원들의 동요는 보이스웨어의 앞날에 좋지 않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음성 기업들 대부분 “내리막”=음성기술시장에서 보이스웨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하던 회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한때 매출 규모면에서 보이스웨어를 추월하며 음성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SL2는 지금 CTI와 SI로 업종을 전환했으며 보이스텍도 개발인력 대부분이 자리를 뜨고, 10여명 내외의 직원들만이 힘겹게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 사내벤처형태로 출발했던 HCI랩도 현재 삼성관련 기업들의 용역만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어버전 음성합성 기술을 선보이며 본사보다 한국 지사가 더 유명했던 L&H는 이미 오래전 간판을 내린 상황이다. 현재 힘겹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회사는 코아보이스 정도. 그러나 이 회사도 음성기술 중 합성 기술만 가지고 있어 합성·인식 기술을 모두 보유한 진정한 음성기술 벤처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전망=음성기술 시장이 가능성 있는 시장임에도 아직도 이견이 없다. 다만, 시장이 어떤 형태로, 언제 열릴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관련 기업들과 인력들이 음성 시장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있다. 코아보이스 관계자는 지난 1, 2월에 벌써 지난해 매출의 30%를 달성하는 등 시장이 점차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이스웨어의 경우도 음성기술 사업에 대한 지속성만 확보할 수 있다면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사업영역 추가가 악재만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지만 보이스웨어의 경영권이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넘어간 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이라며 “소비자 신뢰 추락 등 향후 음성시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홍기범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