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적화 과도기 틈새시장서 `불티`
‘첨단화의 과도기에 발생하는 틈새시장이 짭짤하다.’
반도체의 고집적화가 가속화되면서 반도체웨이퍼업계, D램 업계, 플래시메모리업계 전반에서 구 모델 제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의 주력 제품이 8인치와 12인치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퇴물 취급을 받아 온 4∼6인치의 소구경 웨이퍼가 틈새시장에서 크게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4∼6인치의 소구경 웨이퍼는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 등 이른바 ‘디스크리트 반도체’나 로직 반도체 등 각종 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제품에 주로 쓰인다.
반도체웨이퍼업체인 LG실트론(대표 박영용)은 4∼6인치 웨이퍼의 주문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 올 1분기에도 지난 분기 대비 10∼15% 늘어났다고 밝혔다. 가격도 6인치 웨이퍼의 경우 장당 20달러에 달하는 등 수익성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엠이엠씨코리아(대표 장승철)도 비메모리 등의 호황에 힘입어 말레이시아나 이탈리아 등의 현지 법인에서 생산한 소구경 웨이퍼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8인치 이상 대형 웨이퍼 중심으로 시장이 전환되면서 소구경 웨이퍼의 주문이 크게 늘고 있지는 않으나 최근 4∼6인치 웨이퍼의 쇼티지가 발생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고 가격도 강세를 보여 수익을 낼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LG실트론 이명준 과장은“소구경 웨이퍼는 쓰임새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문이 밀려 주문량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외에도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가동률을 거의 100%까지 끌어 올릴 수 있어 회사 수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D램의 주력제품이 DDR로 전환된 가운데 틈새시장으로 떠오른 SD램16메가, 64메가 제품이 반도체업계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대만 파운드리 D램업체들이 SD램 생산 보다는 마진율이 높은 비메모리 제품생산으로 전환하면서 저용량 SD램의 공급 부족현상은 한층 도드라지고 있다. 세계 SD램 시장에서 약 3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SD램 생산을 유지하면서 이 제품에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의 SD램은 주로 디지털카메라, DVD, 위성수신 셋톱박스 업계에 공급되고 있는데 최근 이들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D램 업체들이 DDR SD램 제품에 주력하면서 생긴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16·64·128·256메가 SD램 제품 라인업은 높은 마진 제품으로 당분간 자리잡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저용량 SD램 생산에도 0.11미크론 공정을 도입해 생산 원가를 낮춰놓은 상태여서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한층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16·64메가 등 저용량 SD램 가격이 최근 3개월간 6%, 지난 1년동안 25% 가까이 상승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매출 전체 규모에서는 미미하지만 수익률 면에서는 적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가격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도 저용량인 8메가·16메가 제품은 품귀현상으로 인한 상대적인 수요 증가로 생산업체의 매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플래시메모리시장의 대세는 128메가 급 이상으로, 세계시장 기준으로 4메가는 전체의 2%, 8메가는 1.8%에 불과하지만 저가형 휴대폰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ST마이크로 관계자는 “수익률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저용량급으로 분류되는 16메가 제품은 현 최대용량인 128메가보다 매출이 높은 품목”이라며 “사실 수익률이 타 제품에 비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요가 많아 액수면에서는 가장 효자 노릇을 하는 제품군”이라고 밝혔다.
<반도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