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민씨는 지난 3일 한 할인점이 초저가마케팅 상품으로 내놓은 전자사전을 사기 위해 인근 매장을 찾았다.
이 상품의 소비자 가격은 17만8000원. 하지만 이 할인점은 본사 창립일을 기념해 ‘8만9000원’에 전자사전을 판매했다. 당시 이 제품을 가장 싸게 판매하던 한 인터넷쇼핑몰의 판매가격이 12만9000원이었으니, 가히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매장 직원에게 뜻밖의 얘기를 들어야 했다. 초저가 판매는 이틀 전인 1일 끝났고, 지금은 무려 20만8000원에 판매중이라는 것. 김씨는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는 아무리 싸게 판다고 해도 곧이 곧대로 믿진 않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초저가 마케팅’ 시대다. 국내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더욱더 가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유통업체는 최저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자는 싸게 사 좋고, 유통업체들은 박리다매하니 일석이조일 듯한 이 ‘저가 마케팅’에도 명암은 있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싸게 사는 만큼 유무형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초저가, 특별 할인가 등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일종의 ‘미끼’가 된다”며 “예컨대 A4용지를 터무니없이 싸게 팔면서 그 옆에 프린터 등 PC주변기기 등을 진열해놓고 판촉을 유도하는 연계 마케팅이 가장 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 초저가 마케팅은 대부분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게릴라성으로 진행되고, 수량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저가 마케팅은 해당 업계의 매출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생필품 최저가격전’을 마련, 가전 등 인기상품 200여 품목에 대해 최고 50%까지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기존 44만8000원짜리 29인치 TV를 40만5000원에 판매, 이 기간중 40%의 TV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12만원하던 전자레인지도 9만8000원에 팔아 32% 늘어난 매출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초저가 가전제품은 주로 바이어와 가전사 영업담당자간 협상을 통해 새롭게 탄생된다”고 말했다. 즉 기존에 팔던 물건을 행사 때 값을 내려 팔기보다는, 행사 전에는 취급않던 상품을 따로 마련해 판매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각 유통업체는 저가 마케팅이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해당 품목 선정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에 있었던 한 최저가 행사에서는 매출이 43%나 신장했으나, 수익구조를 따져본 결과 10%대의 손실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다고 무턱대고 사는 충동구매를 경계하고, 정말 필요한 물품의 최저가 세일기간을 놓치지 않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유통업계 역시 경쟁사가 할인에 나서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하는 지나친 할인경쟁을 자제하고 제품에 따라서는 가격보다 품질이나 브랜드, 디자인 등에 승부를 거는 ‘극대극 마케팅’ 등으로 제품 프로모션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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