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시장 `짝퉁`이 판친다

"외모 비슷해도 디자인 다르면 무죄"

사진; 원 저작권자의 `마시마로`(왼쪽)와 이를 본뜬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 토끼인형.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기대되는 캐릭터 시장이 ‘합법적’인 유사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작권 등록이 된 캐릭터라도 디자인을 조금만 바꾸면 의장등록이 가능한 현행법의 헛점을 파고드는 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작권법과 의장법 개정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엽기토끼 ‘마시마로·왼쪽’의 저작권 소유사 씨엘코엔터테인먼트의 최승호 사장은 지난해 인천공항의 한 기념품 매장에 들렀다가 마시마로와 흡사한 ‘토끼 인형·오른쪽’을 발견했다. 상점 주인에게 문제제기를 하자 돌아온 답변은 ‘정식 의장등록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허정보시스템(http://www.kipris.or.kr)에서 확인해보니 한복을 입거나 모자를 쓴 다양한 변형 인형이 의장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유사품에 대한 ‘의장등록 행위’를 사전에 막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의복이나 직물류 등은 무심사로 처리하되 등록 후 3개월 동안 타인의 이의신청을 받지만 이 밖에 특허청 심사관이 심사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자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심사 전에 ‘출원공개’라는 절차가 존재하지만 이는 출원 전까지 출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일 뿐 반대의 경우는 고려되지 않는다. 실제로 출원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출원공개’ 절차는 생략된다. 유일한 대응책은 의장등록후에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것. 하지만 처리 기간이 6개월∼1년이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디자인의 유사성 정도로는 무효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특허청의 한 심사관은 “저작자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저작권과 달리 상품 자체에 집중하는 의장등록은 디자인이 유사해도 상품만 새 것이면 등록허가가 날 수 있다”며 “다만 기존 의장등록 상품과의 유사성은 면밀히 검토하므로 저작권 뿐 아니라 의장 등록도 함께 해 놓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캐릭터 업체 관계자는 “출원사항 공개가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영세한 캐릭터 업체들이 출원사항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원사항 공개를 의무화하고 저작권등록시스템과 의장등록시스템을 연계하는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캐릭터산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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