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6)차세대 이동통신분야 세계 선점을 위한 전략

 차세대성장동력포럼이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제6회 차세대 성장동력 테크노 좌담회가 15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세계 선점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재홍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홍대식 연세대 교수, 구경헌 인천대 교수, 한기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연구단장, 최진성 LG전자 이동통신기술연구소장, 하동수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등 5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참석자

 홍대식(연세대 전기공학부 교수)

 구경헌(인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한기철(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연구단장)

 최진성(LG전자 이동통신기술연구소장)

 하동수(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사회자:이재홍(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사회(이재홍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세계 선점을 위한 전략에 대해 산학연 의견을 듣겠다.

 ◇홍대식(연세대 전기공학부 교수)=차세대 이동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이동성 및 전송률이다. 문제는 높은 모바일성과 트랜스미션, 주파수 효율성 등 3개 부분이다. 이 시장은 2006년께 20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우리나라가 2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가질 것이다. 문제는 인력이다. 대기업들은 고급 인력에 목말라하고 있지만 대학은 그런 인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은 국제 공동 교육과 연구 개발 센터를 설치, 산업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핵심기술 확보 여부도 문제다. 퀄컴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부분 등을 4세대에서는 줄여야 하며 특히 독자적인 휴대 인터넷 시스템기술 개발과 유·무선 통신 및 방송 등 융합형 서비스 도입을 위한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한 신규시장 창출 등이 요구된다. 이런 기반이 마련되면 4세대 통신은 60조원의 생산과 32조원의 부가가치, 32만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10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중 이동통신은 그 중요성이 높다. 10년 후 지식기반 사회로 급격한 이동에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기여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 대한 논의 이전에 현재 이동통신 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최진성(LG전자 이동통신기술연구소장)=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은 현재 전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해마다 6억대 가량 생산되는 전세계 단말기시장에서 중국의 신흥 단말기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관건은 차별화된 기술이다. 멀티미디어 기술이 중시되는 차세대 단말기에서는 핵심 디바이스와 소자, 폰팩터,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등 인에이블(enable)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학·연 협동으로 이뤄져야 하는 원천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진정한 의미의 4세대 통신으로 가려면 획기적 무선 전송기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원천기술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기지국과 핵심망, IP망 기술 등 시스템 기술 확보도 중시돼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토폴러지(위상)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휴대 단말기 분야의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뒤지며 시스템 기술은 우수하다. 그러나 시스템 시장이 과거에 비해 위축되고 있고 사업자들의 시스템 투자 미흡으로 수준급 기술을 사업으로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회=차세대 이동통신의 미래를 기술부분에서 요약해 보자.

 ◇구경헌(인천대 전자공학과 교수)=차세대 이동통신을 포괄적으로 보면 3세대의 진화, 고속 무선랜을 포함해 4세대까지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선 가용한 스펙트럼이 제한돼 새로운 주파수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단말기 분야의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단말기에 응용되는 핵심 소재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절실하다.

 ◇최진성=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부품 내재화라는 문제다. 단말기를 보면 모뎀 칩과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이 높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가 LCD 분야에 앞서 있지만 아직 충분한 만큼의 국산화가 미흡하다. 핵심 부품의 일본이나 미국의 종속화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점은 신규 서비스가 빨리 확산되는 점이다. 국내 새로운 방송기술을 휴대폰에 접목시키는 등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홍대식=산업체에선 가까운 미래에 이득이 있어야 투자한다. 국가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장기적인 연구투자에 대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에서 나오는 과제조차 단기적인 목표에 치우쳐 있다. 원천기술을 위한 협력 체제 등 장기적인 연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기철(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연구단장)=차세대 성장동력은 10년 후의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 투자인지 시범 사업인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인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 많은 연구자나 산업계는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추진체계 전략 부분에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산·학·연이 이해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 명쾌한 정책 방향과 추진 전략이 아쉽다. 방법론에 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기술 연구개발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하동수(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각 부처의 과제를 보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과연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과제가 몇개나 될지 궁금하다. 원천기술 확보라는 차원에서 초점을 맞추고 누군가는 코디네이션을 해야할 필요성이 높다.

 ◇구경헌=대학 입장에서 산·학·연 협력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인천시에서는 20여개의 기술개발 집단에 대해 매칭 펀드와 행정 지원을 하고 있다.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이 복합화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대학의 연구개발 집단도 규모를 키워야 한다. 대학의 연구집단도 연 100억원에서 5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50여명 정도의 교수가 참여하는 규모가 돼야 한다. 연구원들이 이런 규모가 되는 팀에서 경쟁적 연구를 하고 향후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재가 양성될 것으로 본다.

 ◇최진성=해외 사례를 보면 유럽은 EU에서 펀드를 조성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한다. 또 기술개발에서 표준화까지 연계시키는 IST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각 대학과 산업계를 연계하고 서비스, 인에이블링 기술, 표준화까지 연계했다. 우리도 산·학·연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매니저(PM)보다는 하나의 팀이나 그룹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획·추진·운영 등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구성돼야 한다.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과 브랜드 네임이 필요하다. 기술 마케팅처럼 브랜드 네임을 만들어 우리 기술을 홍보해야 한다. 대학의 이동통신연구센터들은 너무 비슷한 것을 한다. 대학과 연구소별로 특화된 연구가 살 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역할은 원천기술 개발과 산업계에서 바로 필요한 기술개발 양쪽 모두다. 연구계가 학계와 산업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홍대식=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멀티 개념이다. 어떤 한 그룹에서 개발한 것이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들에서 갖고 있는 원천기술을 산업체나 연구소에서 집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체와 국가연구소의 역할이 정확하지 않다. ETRI가 LG나 삼성과 경쟁하는 것은 안좋은 모습이다. 산업계와 국가연구소간 역할 조율이 필요하다.

 ◇사회=인력 양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

 ◇한기철=고급 인력의 필요성과 중급 인력의 활용에 대해 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연구원들이 스스로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인력은 30%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창의적인 것보다 주어진 숙제에 대한 것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내고 이에 대한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하동수=학생들에게 FPGA 등의 프로그램을 시켰더니 싫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학교 평가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SCI논문 발표 수로 평가된다. 인력 양성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마련중인 것으로 안다.

 ◇ 홍대식=산업체에서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옳다. 미국이 부흥기를 누렸을 때 왜 그랬는지 보면 학교에서 아카데믹한 연구를 했을 때라는 평가자료를 본 적이 있다. 대학에서 바로 졸업하면 산업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단순히 수학만 해서 박사를 받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든 학교가 똑같은 인력 양성책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기초 기술에 기반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산·학 협동 과정을 통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이원책이 도입돼야 한다.

 ◇구경헌=창의적인 인재를 만든다는 것을 여러 가지로 해설할 수 있다. 복잡화와 융합 등에 대한 창의력이라는 것은 시스템을 독자적을 구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능력이다. 즉 팀의 리더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최진성=과거 산업계는 대기업이 끌고 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와 디자인하우스 등은 벤처기업의 역할이 커졌다. 이동통신 분야를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 체인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왔다. 대학을 졸업한 인력이 벤처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현재보다 더 많은 벤처를 육성 발굴하는 정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연구기관은 높은 수준의 연구를 하는 곳이다. 단말기 기업에선 박사급 연구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10%가 하이레벨 디자이너, 30%가 인테그레이션 디자이너, 60%는 코딩 등을 할 수 있는 엔지니어다. 대학들이 이런 구조를 알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사회=지적재산권을 확보에 대해 의견을 달라.

 ◇최진성=지적재산권은 이익에 직결되는 문제다. 회사는 질적으로 모자라는 지적재산권을 양으로 늘려서 특허를 방어하는 형태를 취하며 꼭 필요한 양질의 특허는 도입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원천기술 관련 지재권을 홍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는 국제화에 강한 특허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한기철=우리나라에서 변리사와 변호사가 분리돼 있는 게 문제다. 쓰지 않는 지재권(IP:Intellectual Property)는 절대 필요하지 않다. 1000개 중 국제 표준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없다. 퀄컴은 IP 7개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목표를 세우고 상용화할 수 있는 IP를 만들어야 한다. 특허를 위한 특허를 만들거나 서비스되지 않는 연구를 해선 안된다. 상용화를 전제로 한 IP개발을 위한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홍대식=새로운 아이디어는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할 내용으로 특허를 내는 것에 싫어한다. 이런 사장되는 특허를 살리기 위해서 기업들이 이것에 대한 가치 보상책을 높여야 한다.

 ◇한기철=성장동력에서 특허 개념을 확실시 세우는 것도 프로젝트를 제대로 만드는 길이다.

 ◇사회=표준화 분야에 대해 의견을 개진해 달라.

 ◇한기철=서비스 시장 창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표준화가 이뤄진다. 주체성, 국가 브랜드, 서비스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표준화 정책과 방향을 끌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사회=표준화는 국경 없는 경쟁에서 주요한 공격 무기이자 방어 수준이다. 국제 표준화에 한국의 기술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최진성=국제표준 협력 체계가 우리나라의 아킬레스 건이다. 우리가 국가브랜드를 만들어 국제적인 모델로 키워야 한다. 중국의 국제 표준화 모델은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서는 전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기술 선진국과 윈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하동수=기술적인 문제 외에 협상능력도 중요한 포인트다. 표준화 작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최진성=이동통신 분야는 다른 성장동력과 달리 주파수 라이선스라는 커다란 문제가 작용한다. 정통부의 주파수 정책이 상당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구경헌=정책부서는 CDMA의 성공이 자랑스러울 수 있다. 이런 성과에 이르기까지 민간기업의 역할도 아주 컸다. 지금 3세대 시스템의 보급지연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의 진행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3세대에 대비해 기술력을 개발했던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최진성=신성장 동력은 결국 차세대 산업계를 이끌어가고 국가 기술의 선진화를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다. 전략을 잘 세워야 하며 주파수 문제 등 정책적 이슈, 기술, 표준화 등 4가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하다.

 ◇사회=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대변되는 IT기술의 발전 없이는 2만달러 시대 도약이 어렵다.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국제적 역량 제고를 위한 정책 담당 공무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다층적인 인력 양성과 낭비 없는 연구개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속성이 유지되는 기술개발 정책이 절실하다. 산업체는 기술인력에 대한 대우와 인센티브 도입으로 기술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 벤처 활성화를 통해 대규모 고용 확대도 꾀해야 한다.

 <정리=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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