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벤처투자조합(펀드) 출자 재원이 지난해의 4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올해 벤처펀드 결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향후 벤처 투자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6일 관련 정부부처 및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을 확보했던 중소기업청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을 포함, 정보통신부·농림부·방송위원회 등이 각각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삭감했다. 이에 따른 올해 정부의 벤처펀드 출자 재원은 지난해(4035억원)에 비해 58.6%나 감소한 167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가 벤처펀드 출자 재원을 연달아 축소하는 것은 지난 99년 정부 주도로 결성했던 펀드들이 벤처 거품 제거 과정을 거치며 실적이 크게 미진한 가운데 올해 대거 해산이 예정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참여정부 들어 벤처 투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도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와 기획예산처에서 벤처투자가 무작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예산 축소를 요구했다”며 “앞으로도 펀드의 실적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청은 올해 벤처펀드 출자 재원으로 지난해(1400억원)에 비해 약 30% 감소한 1000억원을 책정했다. 중기청은 지난 2001년 1220억원의 재원을 확보한 이후 2년 연속 늘려왔다. 올해의 1000억원은 일반 및 특수목적 조합에 각각 500억원씩 투자할 예정이다.
정통부는 올해 출자 예산으로 250억원을 책정, 작년(600억원)에 비해 40% 수준으로 줄였다. 올 예산은 하반기에 집행할 예정이며, 구체적 방향은 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부·방송위원회 등은 올해 벤처펀드 출자 재원을 전혀 확보하지 않았다. 농림부의 경우 지난해 농업 및 바이오 관련 벤처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5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나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반납했으며, 올해는 예산을 잡지 않았다.
또 방송위원회는 지난해(100억원) 출자에 대한 결과에 따라 향후 예산에 반영키로 하고, 올해는 책정하지 않았다.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910억원과 1745억원의 재원을 투자한 국민연금관리공단도 올해 프라이빗에퀴티(PE) 시장 진출 등을 목적으로 투자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밖에 산업자원부와 특허청은 각각 지난해와 동일한 50억원과 20억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산자부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부품소재투자전문조합에 출자하며, 특허청도 특허·실용신안과 관련 있는 특허투자조합에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한편 영화·문화콘텐츠 관련 벤처펀드 출자 재원은 유일하게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250억원과 1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지난해 문화부는 벤처펀드 출자 예산이 없었으며, 영진위는 70억원을 확보했었다.
이같은 정부의 벤처펀드 출자 재원 축소로, 벤처 투자시장의 급격한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의 곽성신 회장은 “정부가 벤처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에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신규 벤처투자에 대한 배려가 낮다”며 “특히 올해와 내년 대거 벤처펀드가 해산되는 만큼 투자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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