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강화·공격경영 드라이브
통신 양대 산맥인 KT와 SK텔레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소액주주·노조 등과의 갈등을 지난 12일 주총을 통해 순조롭게 극복, 한 고비를 넘겼다. 대주주 퇴진,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절차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이견을 수렴함으로써 경영진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용경 KT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신임 사장은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내부 조직을 강화하고 공격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휴대인터넷·위성DMB·번호이동성제 등 주요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KT,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대전환=이용경 KT 사장은 주총에서 “인프라에서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옮겨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KT의 주요 사업이 망 확대 보급 등 설비 인프라 경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고부가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고객지향의 서비스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관리된(maneged)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한 KT는 기존 인프라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기업용 VoIP서비스, VPN, 홈네트워크, 네스팟스윙, 원폰서비스 등을 본격화한다. 또 네트워크망 고도화를 위해 메트로이더넷, FTTH 등을 확대 보급해 올 IP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KT가 단순한 설비제공업체가 아니라 진정한 ‘서비스업체’가 되는 기틀을 마련할 생각이다. 신규 사업에 대한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유무선 결합상품으로 원폰서비스를 개시하고 휴대인터넷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협력업체들과 함께 세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시범서비스중인 홈네트워크 사업도 소비자 편의성을 놓인 부가서비스를 확대하고 위성 DMB사업에 대한 밑그림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부동산 개발 등 당장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사업에도 중심을 둘 계획이다.
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에 대한 규제 완화의 목소리도 높이기로 했다. 이 사장은 “KT의 유선 설비는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돼 있는 반면, SK텔레콤의 무선 설비는 자체적으로 사용토록 돼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유무선 균등 규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20주년 재도약 채비=김신배 신임 사장 체제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우선 번호이동성제 등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오는 7월부터 KTF의 고객을 뺏아올 수 있는 만큼 역공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후발업체들이 고객유치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무제한정액제에 대응하는 요금제를 마련하는 한편,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을 높일 무선인터넷 포털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위성DMB사업을 필두로 휴대인터넷·글로벌로밍 등 신규사업에 대한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오는 29일로 창립20주년을 맡는 만큼 중장기적인 계획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지난 주총에서 위성DMB 사업에서의 위성 임대 등 신규 사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동산 임대업’을 정관 목적에 추가했다. 중장기적인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중간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외자유치와 자회사 재편도 과제다.
지난 주총에서 조정남 부회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향후 10년을 먹여살릴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지배구조 안정화와 더불어 김 사장에게 요구되는 또다른 역할이다.
◇KT-SK텔레콤 시장활기 넣을까=양사 경영진들이 공히 짊어져야 할 것은 바로 통신시장의 활성화 견인.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신규 사업과 시장에 활기를 넣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결합서비스 및 신규서비스에 대한 규제완화와 조기 도입 등에는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T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통신시장은 규제의 불합리성과 예측성만 명확해진다면 현재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업자들이 서로 시장을 키워가는 협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