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MP3폰 파문 일파만파

무료파일 재생 프로그램 시중에 유출

 지난 8일 전격 출시된 LG텔레콤의 MP3폰(모델명 LP3000)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10일 음원권리자단체와 이동통신서비스 및 휴대폰 제조업체간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서로간에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더욱이 중재에 나선 정통부와 문화부마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본지 3월 10일 1·3면 참조

 ◇사태의 발단=이번 사태는 LG텔레콤이 MP3 기능을 막고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무료파일을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구 버전 프로그램이 유출되면서 ‘LP3000’ 구입자 모두가 무료 파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서 촉발됐다.

 MP3 업로드 기능을 차단한 최종 버전 출시일이 지난 8일인 데 반해 불과 4일 전 등록돼 있던 프로그램이 무료MP3 파일을 이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LG텔레콤이 무료 파일 사용정책을 놓고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LG전자의 경우 문제가 된 ‘싸이언플러스’ 4일자 버전을 9일 오후 서버에서 삭제했지만 이미 다운로드한 이들의 프로그램 공유는 막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0일 오전에는 PC에서 단말기로의 업로드뿐 아니라 단말기에서 PC로 다운로드도 가능하다는 지난해 11월 6일자 버전까지 등장, 네티즌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윈윈 모델 찾을 수 있을까=정통부와 문화부는 이날 오후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정통부 회의실에서 중재 모임을 가졌다. 최근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이날 회의는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일부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무엇보다 MP3폰과 관련해 양 부처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부처간 의견도 갈려 논의가 쉽게 전개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정통부는 삼성전자의 중재안인 ‘무료MP3 파일 사용기간 제한’ 방안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음원권리자들은 이를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일축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재생기간이 끝나더라도 PC에서 업로드만 하면 똑같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 없는 무료MP3 파일 재생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양 부처는 이날 조율된 의견을 토대로 오는 13일 과장급이 주재하는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해결방안에 나서겠다던 당초 일정을 12일 오전 10시로 앞당기로 했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양 부처의 과장들끼리 만나 사전조율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무료MP3 파일 사용불가’로 가되, 유료 MP3 파일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화부 저작권과 임원선 과장은 “파일가격을 소비자가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춘다면 단말기 매력도 크게 줄지 않고 음원권리자들에게 시장 확대 효과를 가져다 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중재안 마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료 파일을 재생하는 유일한 모델(?)=갈등여부를 떠나 이미 출시된 ‘LP3000’ 모델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수 구입품, 즉 ‘레어(rare)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 측이 앞으로 새로 출시할 모델에서는 이전 버전의 관리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게끔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나온 모델에 대해서도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 못하게 할 수는 있지만 엄청난 기능 향상을 불러오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음에야 기존 구입자들이 무료MP3 파일 사용이라는 혜택을 포기할 리는 없다.

 이미 시장에 풀린 ‘LP3000’에서 무료 파일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에는 현재 시장에 풀린 ‘LP3000’ 모델을 구하기 위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향후 상황 전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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