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 심사역 출신 CEO 두각

곽성신·양정규·신기천 사장 등 대표얼굴 꼽혀

 벤처캐피털업계에 심사역 출신 CEO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 심사역 출신 CEO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에 내부 승진·발탁 또는 창업 등으로 그 수가 1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50∼60개 정도의 벤처캐피털이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10%를 넘은 셈이다.

 ◇누가 있나=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 양정규 한국기술투자 사장, 신기천 한미창업투자 사장, 민봉식 넥서스투자 사장, 정성인 인터베스트 사장, 이영수 SL인베스트먼트 사장,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장, 그리고 박문수 보광창업투자 사장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지난 80년대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산업이 움트던 시절부터 심사역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날렸던 주인공. 최근 잇따라 CEO로 변신,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그 스타트를 끊은 인물. 80년대 중반부터 국내 최초의 민간 벤처캐피털인 한국개발투자금융(TG벤처 전신)의 심사역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후 잇따라 투자에 성공하며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에 불을 댕겼다. 97년 우리기술투자의 CEO로 영입됐으며, 현재는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기술투자를 이끌고 있는 양정규 사장도 KTB네트워크에서 심사역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던 인물. 특히 90년대에는 25개 해외기업에 투자해 최대 40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정성인 인터베스트 사장은 지난 81년부터 99년까지 한국종합기술금융과 현대기술투자에서 60여개 기업의 투자 및 사후관리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99년 인터베스트 부사장으로 영입됐으며 200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기천 한미창투 사장과 박문수 보광창투 사장은 내부 승진 케이스. 신 사장은 지난 89년 한미창투에 심사역으로 입사해 투자심사·사후관리·자산운용 등을 거쳐 2000년 대표로 올라섰다. 박 사장은 보광창투의 설립멤버로 10여년간의 심사역 경험을 쌓은 후 상무이사를 거쳐 2001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민봉식 넥서스투자 사장, 김영수 SL인베스트먼트 사장은 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민 사장은 동부창투와 한국기술투자에서 10년 가까이 심사역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02년 6월 넥서스트러스트를 세웠다. 지난해 6월 부산창업투자를 인수하며 넥서스투자로 회사명을 바꿨다. 또 김 사장은 한국산업은행과 KTB네트워크에서 심사역 업무를 섭렵한 후 2000년 SL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이밖에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장은 지난 96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소프트뱅크테크놀로지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5년여간 경험을 쌓았다. 2002년 2월 국내에 소프트뱅크벤처스 설립과 동시에 부사장직을 맡았으며, 그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왜 심사역 출신인가=벤처캐피털 CEO는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는 평가력과 신속하게 결정하는 순발력을 겸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심사역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벤처캐피털협회의 이부호 전무는 “벤처캐피털은 타 업종과 달리 특유의 투자 프로세스가 있다”며 “투자심의위원회가 있기는 하지만 최종 결정은 CEO가 하기 때문에 심사역 경험은 어느정도 필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도 “벤처캐피털은 한 회사를 투자하고 또 5년 이상 관리를 해야 한다”며 “이를 수차례 경험해 본 것이 경영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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