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4일 막을 내린 IETF 59차 회의에선 우리가 제안한 워킹그룹을 처음으로 본격 가동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참석자들이 회의 기간중 인터넷과 e메일을 이용해 표준초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29일부터 5일간 열린 59차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 서울회의가 4일 운영기획 총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는 그간 미비했던 우리나라의 IETF 활동을 본격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성과와, 정보통신 기술이 인터넷프로토콜(IP)로 통합되는 추세에서 국내 산업체 차원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동향= “IP는 통신서비스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새로운 기술로 봐야 합니다.” 해럴드 알베스트런드 IETF의장은 ITU나 3GPPs가 만들어온 전통적 의미의 통신기술과의 역학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ITU에서도 IP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IETF와의 협력에 적지 않은 힘을 쏟는다.
이번 회의에선 이같은 IP의 영역확장에 관련된 논의들이 주로 이뤄졌다. 이중 하나가 IP로 음성 등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주고받는 약속된 신호인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 SIP를 기반으로 프레젠스(presence·상대방 접속여부 확인기능)나 컨퍼런스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규격이 논의됐다. SIP는 IMT2000 데이터 송수신에도 포함된 규격으로 이를 통해 음성, 비디오스트리밍이 가능하다.즉 IP가 통신, 방송 등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들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다. 관심을 모은 IP모빌리티와 IPv6, 보안 등도 IP의 영역을 넓히고 안정성을 확보해 산업화의 기틀을 다졌다.
회의장에서 만난 엔지니어들은 “IP는 이미 인터넷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며, 그 영역 확장과 산업화는 이제 태동하는 격”이라는 전망들을 내놓았다. 강신각 ETRI 통신프로토콜연구팀장은 “네트워크와 관계없이 IP계층에서 모든 서비스의 인프라가 통합되는 추세”라며 “IP 기술을 가져야 서비스와 연관되는 응용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이번 회의에서는 최진혁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이 제안해 만들어진 DNA(Detecting Network Attachment) 워킹그룹이 첫 회의를 가졌다. 모바일IP 핸드오프 규격의 필요성을 제안해 만들어진 워킹그룹이다. 우리로서는 워킹그룹을 직접 만드는데 관여한 첫 사례다. 이 분야에서만은 기술표준을 이끌고 가는 핵심멤버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각 워킹그룹에 제출한 초안(드래프트)이 예년의 두 배인 60여건, 의장에게 채택돼 발표한 건수가 20여편, 토론을 거쳐 워킹그룹이 채택한(Last call) 드래프트가 2개로 집계됐다. 올해안 2건 이상의 표준(RFC)채택을 기대할 수 있는 성과다. 17년동안 등록한 RFC가 고작 2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발전이다. 또 워킹그룹 공식 에디터가 신명기 ETRI박사와 최진혁 박사 2명으로 늘어나 머지지않아 의장단 진입도 낙관할 수 있게 됐다.
◇과제= 회의장에서 만난 국내 인터넷 기술전문가들은 하나같이 IP기술의 산업화에 주목했다. 전망에 비해 국내 산업체의 대응이 미비한 현실도 지적됐다. 김대영 충남대 교수는 “IETF는 일정한 룰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주류에 속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라며 “기술과 정치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주체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며 특히 산업체 차원의 참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광운대 교수는 “지금까지 학교나 연구소가 IETF활동을 해왔다면 이제는 기업에서 기술을 개발해 표준에 반영하고 제품 개발 및 판매까지 일관된 과정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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