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성 사장(47)은 이제 막 귀밑머리가 희어지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다. 휴일에는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간이 날 때는 산에 오르고, 여느 부산의 중년처럼 낚시도 좋아한다. 영남 사투리가 섞인 말투도 별로 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얼굴 어느 구석에서도 날카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끄는 인테크서애는 부산의 삼성전자 대리점 가운데 선두권을 달린다. 그는 “부산내 삼성전자 컴퓨터 대리점 20여곳, 특히 도매점 4곳 가운데 늘 2∼3위는 간다”고 말한다. 빙그레 미소 띤 그에게 “왜 1등을 못하느냐, 왜 직원들을 닥달하지 않느냐”고 묻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2위의 비결이 무엇이냐”며 마음 속의 질문을 절반 쯤에서 멈추고 만다.
우선 “무자료 거래는 가능하지도 않지만, 절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꺼낸다. 무자료 거래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 사장은 ‘덤핑도 사절’이라고 덧붙인다.
대신 그는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지금 현재 고객들은 물론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 부산시내 컴퓨터 상점들에게 지속적으로 e메일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생명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을 꾸준히 방문한 결과, 부산내 선두권 대리점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다소 뻔한 답에 실망한 빛을 내보이자 구 사장은 그만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인화(人和)’라는 것이다.
그의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본래 인화에서 ‘인(人)’이란 ‘인(仁)’을 의미하고 그 바탕에 ‘애(愛)’가 있는 만큼 인은 결국 자기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정신이라는 것이다. 또 ‘화(和)’는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개인이 협력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체감을 이루고 하나가 되게 하는 팀워크의 뿌리가 된다.
실제 그는 직원의 인격과 개성을 중시하고 자율성을 인정하는 경영을 한다. “전부 해야 8명밖에 안되는 조직에 무슨 큰 알력이 있겠냐”면서도 “하지만 직원들에게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항상 강조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 사장이 주변으로부터 전자유통 분야에서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영업에 활용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인간관계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됐다고 시인한다. 지난 14∼15년간의 신용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구 사장에게 있어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은 적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영업에서든, 실생활에서든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신조로 살아왔다. 이 역시 ‘계산’이 개입됐다기보다는 그냥 그런 방향으로 마음이 갔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런 가치관은 그의 인생으로부터 왔다. 그는 다양한 인생경험의 소유자다. 전자유통 부문에 뛰어들기 전에는 주류 업체에서부터 언론사까지 두루두루 거쳤다.
“80년대 후반에는 전자부품 유통업체인 마이크로랜드에 가서야 비로소 적성에 가장 알맞는 직업을 발견했습니다.”
탄탄한 직업과 직장을 마다하고 전자부품 유통업계가 좋았다는 그의 말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타인의 강요에 의한 전직은 싫었다”는 그의 단호한 어조에는 거짓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요즘으로 보면 벤처기업이었지요. 내로라하는 컴퓨터업체들이 기술협력을 구하러 찾아왔습니다”라는 말 속에서는 자부심도 묻어났다.
그가 부장이었을 때 마이크로랜드는 부도가 났다. 회사를 나와서 곧바로 탈바꿈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외산 하드디스크와 국산 모니터 유통에도 손을 댔지만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대리점을 냈다.
“안정적 매출이 필요했습니다. 1년간 고전했지만 2년째부터는 손익분기점에 섰습니다.” 그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착실한 영업전략을 구사하면서 인테크서애의 매출을 높여갔다. 인터넷·홈쇼핑과 할인점 등과의 경쟁에 휩쓸린 집단상가라는 한계점을 마케팅과 판촉으로 극복해 낸 성과였다.
“급하게 뛰어가는 사람이 빨라 보이기는 해도 한발 한발 가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는 신념에는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었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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