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이 켜진 국내 경기의 신호등이 좀처럼 ‘파란불’로 바뀌지 않고 있다. 생산이나 시설 투자 지수 등 일부 지표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민의 체감 경기는 꽁꽁 얼어 붙은 한 겨울이다. 내수 회복의 ‘아킬레스 건’이라 불리는 신용 불량자 문제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그나마 미국· 중국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수출은 살아나고 있지만 이는 반도체나 자동차·통신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된 얘기다. 소비자가 좀처럼 주머니를 열지 않으면서 유통·서비스 등 전형적인 내수 산업은 죽을 맛이다. 밸런타인데이, 졸업·입학 등 특수를 기대했던 대목 경기는 이전에 비하면 평균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업종 파괴’다. 이는 한 마디로 비즈니스가 된다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논리다. 돈이 모이는 곳이라면 기업의 간판을 내려서라도 하겠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브랜드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소규모 매장에서 중소·벤처 기업, 심지어 대기업 등 회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업종 파괴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용산· 테크노마트 등 집단 전자 상가에서는 이미 암묵적인 상가 혹은 층 별 매장 구분이 사라졌다. 가전 매장이 하루 아침에 가구나 생활용품 매장으로 바뀌고 컴퓨터 매장이 게임 매장, 심지어 PC방으로 전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외식 등 가맹점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는 사례도 있다. 전자 양판점이 자동차 리스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 때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중소기업 품목에 이제는 대기업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를 ‘사업 다각화’라는 편리한 경영 용어로 포장하는 상황이다.
사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고객 혹은 시장의 요구(Needs)에 따라 사업 분야, 제품 아이템 심지어 필요하다면 조직· 브랜드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이끄는 주체는 바로 기업 자신이어야 한다. 변화에는 항상 자신의 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일시적인 시류나 유행에 좌지우지하는 기업은 미래 역시 결코 밝을 수 없다.
사업 아이템은 일시적이지만 브랜드는 영원하다. 브랜드의 본질은 바로 고객의 신뢰다. 한 분야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떤 신규 사업을 하더라도 결국 고객은 외면 할 수 밖에 없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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