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스포츠마케팅-경기장이 좁다

 지난해 56개의 홈런으로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 선수는 하루에만 수십억원의 광고효과를 모기업 삼성에 안겨줬다.

 평균 관중 2000명에 불과했던 부산 사직구장은 이 선수가 나오는 삼성의 경기에는 1만명이 넘게 운집했다. 이 선수의 홈런광경을 방송하는 TV중계 프로의 광고 수입은 20억원에 달했다. 홍재승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이승엽 홈런의 기대감으로 구장마다 관중이 몰리고, TV중계 시청률이 높아져 삼성의 광고효과만 하루 30억원”이라며 “주변 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1000억원대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홈런에 목말라하던 국민들은 이 선수의 헬맷과 유니폼에 새겨져 있던 ‘애니콜’과 ‘SAMSUNG’에도 애정어린 눈길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

매체 노출로 삼성이 얻은 매출액 증대에 기업 이미지 상승 등 간접효과까지 더하면 삼성에 대한 이승엽의 경제적 공헌도와 가치는 계산 자체가 힘들 정도로 막대하다는 게 홍 박사의 주장이다.

◇강요된 탄생, 화려한 성장=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3S정책의 일환으로 본격화된 국내 스포츠마케팅은 각 기업의 필요보다는 ‘강요’에 의해 탄생됐다. 하지만 스포츠가 일반인들의 문화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이를 통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도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 대기업은 물론 전문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한해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으며 스포츠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전자·IT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국내외 주요 경기의 스폰서 후원과 경기단 운영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경기단 운영은 ‘농구’에 집중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창단 첫해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쾌거를 올린 전자랜드의 ‘인천 블랙슬래머’를 비롯해, 삼보컴퓨터는 ‘원주 TG삼보 엑써스’를, KTF는 ‘부산 매직윙스’를 자사 프로농구단으로 두고 있다.

최정용 전자랜드 마케팅팀장은 “축구나 야구에 비해 구단 운영비가 비교적 적게 들고, 농구팬층이 10∼20대에 맞춰져 있는 것도 전자·IT업계가 굳이 농구단을 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마케팅, 대박과 쪽박 사이=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의 공식이동통신사였던 KTF는 당시 월드컵을 통해 얻은 단순 광고효과만 대략 1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월드컵 본선경기의 펜스 광고효과는 노출시간을 국내 10분, 해외 1분으로 산정시, 각각 112억원과 1조1000억원의 광고금액과 동일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펜스광고, 국내외 신문·방송 기사를 통한 효과까지 합쳐진다.

KTF가 공식후원사로 선정되기 위해 FIFA에 지불한 금액은 500억원. 산술적으로 24배에 달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와 전자·IT는 변화무쌍하고 에너지 넘치며 특히 젊은층에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맥을 같이 한다”며 “하지만 과거 골드뱅크와 같이 모기업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스포츠마케팅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이 기대처럼 항상 황금알을 낳지만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고언이다. 타이거풀스 관계자는 “국내 프로 스포츠계는 지나치게 구단과 협회 위주로 돌아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독점권 행사로 스타선수 개개인을 상대로 한 다양한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선수와 구단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의 발굴과 전문 마케터의 체계적 양성이 무엇보다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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