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비메모리 육성의 과제

 비메모리반도체산업 육성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만큼 필요성도 높아졌지만 가능성 또한 크기 때문이다. 비메모리반도체산업은 국내 반도체산업의 열매라고 할 수 있다.

 황무지에서 옥토를 일구듯 한국은 메모리반도체를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았다. 그것도 가능한 최단 시간에 말이다. 한국은 이제 비메모리반도체산업만 반석에 올려놓으면 남부러울 게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십여년 동안 비메모리반도체산업 육성은 목소리만 높았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왜일까. 한국은 메모리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만큼 반도체산업에서도 잠재력이 풍부하다. 그렇지만 비메모리산업은 메모리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을 필요로 한다.

 메모리는 전형적인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다. 자금과 의지만 있으면 성공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물론 피나는 기술개발과 양질의 인력은 필수적이다.

 이와는 달리 비메모리는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시스템온칩(SoC)을 선정했다. 차세대 비메모리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육성에 필요한 자금도 충분치는 않지만 필요한 만큼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연구개발 자금이나 의지가 아니라 기반조성이다. 비메모리업체들이 마음놓고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시장기반이 절실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도 시장에서 수용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국내에도 수많은 비메모리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살기가 바쁘다. 당장 내일을 걱정하는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다 하더라도 판로에 대한 자신이 없어 빚어지는 현상이다. 물론 이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급성장을 구가하며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최근 상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엠텍비젼과 그에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토마토LSI·코아로직 등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시장이 수용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카메라폰에 들어가는 CMOS 이미지 센서와 관련된 칩을 만드는 기업들이다. CMOS 이미지 센서는 그동안 CCD 이미지센서에 비해 관심을 끌지 못했던 분야다. 그래서인지 관련 칩들을 만드는 기업이 많지도 않았고 발전속도도 더뎠다. 하지만 휴대폰의 보급확대로 시간을 다투는 기술발전을 요하게 됐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과감히 이들을 파트너로 삼았다.어찌보면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미심쩍었을 이들이 CMOS 이미지 센서를 삽시간에 120만 화소까지 끌어올리며 카메라폰의 성장을 도왔다.

 그럼에도 아직도 수많은 엠텍비젼·토마토LSI·코아로직이 단지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MOS 이미지 센서 관련칩에서 경험했듯이 국내 비메모리 업계도 기술력에서 결코 세계수준에 뒤지지 않는다.

 세계는 지금 디지털컨버전스시대다. 언제 어떤 변화가 일지 모르는 상황이다.비메모리업계는 디지털컨버전스를 최일선에서 맞닥뜨리고 있다. 이들을 믿고 기회를 줄 때다. 그래야만 휴대폰처럼 세트산업도 시대에 뒤지지 않고 앞서 나갈 수 있다.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 sh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