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도메인까지 무차별 선점·왜곡
악의적 용도로 도메인을 선점하는 ‘사이버 스쿼팅’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4·15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의 한글도메인이 개인에게 선점 당해 음란 사이트로 연결되는 사례로 번져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특히 한글 도메인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으나 도메인 관리자가 등록 이후 임의로 유해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URL을 변경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막을 장치는 전무해 허술한 도메인 등록 및 관리 체계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하다.
◇‘열린우리당’ 음란 사이트로 ‘go’=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최근 한글인터넷주소 등록업체인 넷피아에 열린우리당의 한글도메인을 선점해 해외 음란 사이트로 연결시킨 C씨와의 계약을 해지할 것을 시정 조치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말 인터넷 주소창에 ‘열린우리당’을 쳐 넣으면 당 홈페이지가 아닌 노골적인 해외 음란 사이트(http://www.worldsex.com)로 연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도메인을 고가에 판매하기 위한 스쿼팅 사례가 속속 등장했으나 이번 우리당의 사례는 사이버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주요 정당 사이트에 대해 행해진 것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우리당 관계자는 “당 명칭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당’만 등록했고 불과 몇 시간 후에 개인이 열린우리당을 등록했다”며 “이후 열린우리당 도메인 등록자가 도메인 요금으로 500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요구해 들어주지 않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악의적 등록 변경 예방 못해=문제는 앞으로 유사사례가 발생해도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당 도메인 등록자는 지난 10월 넷피아에 등록 당시 음란성이 없는 URL로 등록했다가 최근 임의로 음란 사이트로 URL을 변경했다. 사이트 등록 변경 신청은 도메인 관리자가 등록자 홈페이지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면 간단히 처리된다.
넷피아측은 “넷피아 서버에 등록한 50만여건의 관리자를 일일이 감시하고 변경 URL의 내용을 심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등록 약관상 등록 말소 조항에 따라 사후에 조치를 취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책은 없나= 정보통신윤리위에 따르면 지난 1,2월 두 달동안에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총 6건 접수됐다. 윤리위 심의2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이같은 사례에 대한 신고가 없다가 올들어 지속적으로 유사 사례가 접수됐다”며 “열린우리당의 사례는 하루만에 신속히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윤리위의 시정 조치가 내려진다고 해도 도메인 관리자 개인에 대한 처벌까지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도메인 등록체계의 한계가 뚜렷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도메인 선점 피해 경험이 있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도메인 등록 업체가 선접수, 선등록 원칙에 의해 다수의 등록 업무를 추진하다보니 문제 발생 소지가 많다”며 “도메인분쟁조정위원회도 처리 시일이 오래 걸려 보다 현실적인 예방책이 요구된다”고 토로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