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최고 경영진 일괄사퇴 의미는

오너체제 강화 신호탄인가

손길승·최태원 회장, 표문수 사장이 일괄 사퇴를 선언한 이후 SK텔레콤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표 사장 후임으로 사실상 김신배 전무를 내정해 조정남 부회장­김신배 대표 체제를 기정사실화했다.

 또 이사진 축소 등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선에도 착수했다.

 재계는 소버린측과의 표대결을 앞둔 다음달 12일까지 지배구조 개선방향을 놓고 그룹 안팎에서 숨가쁜 물밑 행보가 전개될 것으로 관측했다.

 ◇총사퇴의 배경=SK텔레콤은 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사의표명에 대해 “독립·투명경영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새로운 전문경영인으로 하여금 새 시대를 준비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최고경영진의 일괄 사퇴라는 ‘강수’를 내민 것은 분식회계·대선비자금 사건으로 비화된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고, 소버린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위기에 몰린 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됐다.

 오너 일가의 퇴진은 분식회계·비자금 사건 등으로 크게 손상을 입은 그룹 이미지를 회복하고, 최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비켜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SK는 손 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구속 수감됐음에도 불구, 대선 비자금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 회장에게 불똥이 다시 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가이기는 하지만 전문경영인 인상도 강한 표문수 사장이 퇴진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는 분석이다.

 보름가량 앞둔 SK(주) 주총에서 소버린과의 표대결 향배도 이번 퇴진의사 표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소버린측이 내세운 족벌경영의 폐해라는 명분을 없애, 외자나 소액주주들의 우호적인 세를 얻기 위해서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외부에 알려진 바와 달리 그룹 내부적으로는 SK(주)의 주총에서 소버린측의 공세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새로운 오너체제 준비(?)=SK텔레콤은 사내외 이사 비율을 현행처럼 동등하게 유지하더라도 전체 수는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하성민 경영기획실장(상무)을 포함하더라도 이번에 사의를 밝힌 최태원·손길승 회장과 표문수 사장의 공백으로, 사내이사수가 종전 6명에서 4명까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며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주총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회사측에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김신배 전무(50)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배 전무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데다 새 판을 짜는 SK텔레콤의 입장에선 젊은 CEO라는 게 강점이다.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김 전무는 지난해 SK글로벌 대표이사로 정만원 전무를 기용한 것처럼 승진 또는 현 직급을 유지하는 선에서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번에 재신임한 조정남 부회장의 역할이 커졌다.

 조 부회장은 과도 체제를 이끌면서 신임 CEO의 입지를 다져놓는 한편 새로운 오너 체제를 조기에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사업 구조에도 변화 불가피=우선 SK텔레콤 조직의 대대적인 재편이 예상됐다. CEO 교체를 계기로 SK텔레콤 임원진의 전면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 사장은 퇴임후 SK그룹 계열의 소규모 자회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업구조의 변화도 예상됐다. 표문수 사장은 그간 기존 무선사업 중심의 사업 전략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반면 김신배 전무는 유선은 물론 방송까지 망라한 신규사업 전략을 직접 수행해왔다. 따라서 새로운 대표체제가 나오면 SK텔레콤 사업전략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 등 후발사업자의 구조조정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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