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물 붓기 그만
‘데이콤을 축(지주회사)으로 유선시장 구조조정과 그룹 통신사업 통합·시너지 효과를 추진’하려던 LG그룹 통신사업 전략이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3개 통신자회사들의 독자생존을 당면 지상과제로 삼는 쪽으로 가닥잡히고 있다. 불과 반년전 ‘버전’인 LG그룹 통신사업 전략이 이렇게 선회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하나로통신 인수에 실패하고 잇따라 터져나온 LG카드 사태 등으로 그룹이 위기에 몰렸던 이유가 크다. 한때 통신사업에 대한 강력한 육성의지를 표명했던 LG그룹도 최근에는 3개 자회사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한해 동안 3개 자회사들이 각사에 부여된 특명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존속여부는 물론이고 LG그룹 통신사업 전반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3사의 미션=한때 그룹 통신사업의 지주회사로 거론됐던 데이콤은 올해 무엇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에도 1조원 남짓한 매출에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방대한 채무가 회사를 짓누르고 있는 탓이다. 현재 데이콤의 부채는 총 1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여기서 5000억원 정도는 줄여야 자생할 수 있다는 게 내부적인 관측이다. 데이콤 고위 관계자는 “현재 유동부채만 1조원 가량 되는데, 최대한 장기채무로 돌려 안정화시키는 게 과제”라며 “강남사옥 매각이나 외자유치·증자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데이콤은 늦어도 5월께 유상증자를 준비중이며 이에 앞서 투자자나 그룹측의 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와 함께 신임 정홍식 사장도 “매출 100억원을 올릴 만한 신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라”고 강조하는 등 정체된 성장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LG텔레콤은 무엇보다 올해 누적가입자 600만명 확보가 지상과제다. SK텔레콤·KTF로부터 다량통화자(고ARPU)가 유입됨으로써, 내년이후 현금흐름·순익개선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5000억원선에 불과한 현금흐름으로는 이자부담을 감당하기도 벅차지만, 올해 6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면 현금흐름은 9000억원, 당기순익은 1000억원에서 배 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누적가입자 530만명을 확보하면 일단 중간성적은 양호하다는 평가가 가능하고, 그룹 등의 추가 지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콤의 경우 당장 수익성이나 재무구조에 문제는 없지만 뚜렷하게 정체되는 매출구조가 적신호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달성했던 매출 목표치가 지난해에는 다소 뒤처지는 5200억여 원선에 그쳤던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따라 파워콤은 현재 하나로통신·두루넷·LG텔레콤 등 일부 기간통신사업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매출구조를 다각화하고, 지역 중계유선(SO) 사업자들의 자가망 확대 위협을 돌파하는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자생력이나 데이콤 등과의 시너지효과를 위해서도 전국 규모의 SO 사업 등 신규 방송 사업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그룹지원 및 구심점=LG그룹은 3개 통신 자회사가 분명한 자구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인적·물적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증자도 시장(투자자)이 납득할 만한 수준과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대주주인 그룹이 안 들어줄 이유가 없다”면서 “무리하게 그룹 지원만을 요구한다면 들어줄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같은 기류변화는 그룹 통신사업 전략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있는 데서도 감지된다. 당초 LG가 정홍식 사장을 그룹 통신사업 총괄사장으로 영입할 당시만 해도, 정 사장은 통신사업의 전권을 맡기로 했으나 그 전제조건인 하나로통신 인수가 물건너가면서 데이콤의 살림살이만 챙기는 쪽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지난해 박운서 회장이 데이콤·파워콤의 공동 대표를 맡으며 양사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것과 달리 올해 파워콤에 박종응 사장을 선임하고, 양사간 업무·네트워크 통합도 당분간 중단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주변 환경 변화와 대응방향=올해 LG그룹 3개 통신 자회사들이 처한 주요 환경변수는 두루넷 입찰과 번호이동성 등 비대칭규제 정책, 2.3㎓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 등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취약한 재무구조와 그룹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강도높은 비대칭규제 정책을 기대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긍정적인 여건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룹 관계자는 “유선시장에서 추가적인 비대칭규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두루넷 입찰 참여나 휴대인터넷 사업 신청 등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