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업체 D社 도입 싸고 사측·노조 갈등
‘기업정보화의 첨병인 ERP가 개인정보 침해 수단으로?’
지난 1월, 국내 굴지의 학습지 업체인 D사. 이 회사 노조가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를 서울 봉천동 본사 앞에서 열었다. 노조측은 사측의 ERP 도입이 오히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학습지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과 함께 ERP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집중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D사는 ERP 도입 이후 업무 효율성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며 오히려 시스템 확대 도입을 추진중이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D사는 학습지업계에서는 최초로 ERP를 도입한 곳. 반면 D사 노조는 이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대해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등과 연계해 ‘제2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태’로 부각시킬 조짐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D사는 지난해 3월 세계적인 교육 정보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기치 아래 S사로부터 관련시스템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관리회계와 인적 관리 등 기간계 부문에서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종이 문서에 의존했던 회원관리 및 진도입력 업무를 컴퓨터로 대체하게 된 것이다.
◇개인인권 침해 소지 ‘높다’=노조측은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ERP를 도입해 교사들의 업무량이 오히려 하루 3시간 이상 늘어났다”고 지적하고 “신규 회원들에 요구하는 정보량도 많아져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노조 측은 “회사가 앞으로 교사들에게 지리정보시스템(GPS)을 탑재한 PDA를 보급한 다음, 이를 ERP와 연동시킬 경우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D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성급한 도입에 따른 부작용 외에 개인 인권 침해 가능성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 정보화의 ‘첨병’=기존 ERP 도입 기업의 사례처럼 D사 역시 ERP 도입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긍정적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D사는 오는 4월까지 ERP 도입 범위를 기간계 외에 비즈니스 웨어하우스(BW), 전략기업관리(SEM) 등 정보계 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PDA 도입 여부는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 운영 시기만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바로가기 아이콘 등을 통해 입력 절차가 간소화됐다”며 “ERP 도입은 오히려 실무자 요구에 의한 것이며 PDA를 통한 감시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로, 현실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사를 필두로 H교육 등이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는 등 교육업계의 ERP 채택 움직임이 최근들어 활발해졌다.
◇‘제2의 NEIS’ 가능성도=노사간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ERP 도입 효과 및 역기능에 대한 공방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D사 노조는 오는 27일 본사 앞에서 ERP 도입에 반대하는 2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 이를 NEIS 문제와 연계시켜 부작용을 대내외적으로 적극 알리는 등 강경 대응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이번 D사의 노사간 갈등은 개인 정보 침해등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한 관계자는 “NEIS는 개인정보가 중앙에 집중된다는 점과 입력내용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점이었는데 D사의 EPR도 마찬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해 대학 병원 중 가장 먼저 ERP를 도입한 J대병원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별도 합의안을 도출해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