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올해 산업자원부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크게 ‘기업의 기(氣) 살리기’와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으로 대별된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규제를 혁파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성장엔진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늘려 5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 장관의 포부다. 산자부는 또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수도권과 지역간 균형 발전, 산학 협동 활성화 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본지 이재구 경제과학부장이 이희범 산자부 장관을 만나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비전 등을 들어봤다.

 -취임 당시부터 ‘기업 기 살리기를 통한 투자활성화’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덕분에 민원을 대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도 바뀌고 있고 규제완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은 규제완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동안 수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아직도 법령상, 또는 관행상 규제가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부는 약속대로 최근 ‘기업 신문고’를 설치해 산자부 소관 분야부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사항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창업지원법을 개선해 창업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지방권에도 특화산업을 육성, 기업과 지방대학들이 연계해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최근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기업들 사이에는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세계 각국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산업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기업들이 느낄 역차별 등을 감안, 현금지원제는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고도기술산업·첨단부품·소재·R&D센터 분야 등에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국내기업이 투자할 때도 상향 평준화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업 규제를 개혁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올해에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리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해외이전 및 투자가 확대되면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제조업 해외투자건수가 1700건에 달해 걱정스런 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산업공동화 사례를 보면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긴 하지만 여전히 핵심성장동력의 근간이며, 제조업이 있어야 관련 서비스업도 발전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창업활성화와 외국인 투자유치 등을 통해 해외이전 부문을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성장동력, 부품·소재산업 발전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R&D투자확대와 인력개발을 통해 제조산업서비스 경쟁력 강화에도 발벗고 나서겠습니다. 이를테면 물류 유통부문이 되겠지요.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10대 차세대성장동력산업 육성 사업이 올해 본격 전개됩니다. 이미 특별위원회와 산업별 실무위원회도 발족했는데요, 올해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육성의 최우선 목표를 어디에 두실 계획인지요.

 ▲올해 산자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실행에 전념할 것입니다. R&D투자가 산업경쟁력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과제기획-선정-개발-평가를 산업계 주도로 전면 전환해 성과중심의 기술혁신 체제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작년말 이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육성과 관련한 과기·산자·정통부 간 조정과 협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과정에서 노출된 과기·산자·정통 3개 부처 간 갈등가운데에는 선의의 경쟁 측면도 있었고 소모적인 논쟁도 있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3개 부처 장관이 직접 수시로 만나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의사교환 및 협의 채널을 가동해 부처별 고유기능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관련성이 높은 사업간 연계성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이달 말에는 그동안 각 시·도에서 올라온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안(차세대 성장동력 관련)을 토대로 권역별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각 시·도에서 올라온 계획안을 토대로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권역별 중복 문제 등에 대해 논의중이고 사실상 마무리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달말 산자부와 지역균형발전위원회 공동의 모임을 갖고 이어지는 지역 순회 설명회를 토대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출은 낙관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출 호조의 이면에는 대일무역역조 현상과 내수침체 등과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만.

 ▲대일 무역적자폭이 확대되는 주요 요인인 핵심부품·소재와 각종 제조장비 같은 자본재의 대일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기술·연구개발을 통해 핵심 부품·소재의 국내 공급기반을 확충하고 R&D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또 단기적으로 기술개발이 곤란한 첨단 부품·소재는 25일부터 활동에 들어가는 ‘재팬 데스크’를 통해 적극적으로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투자를유치할 것입니다.

 하지만 수출만으로 경기가 회복되지는 않습니다.내수침체를 떨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호조를 산업전부문과 소비부문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투자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산자부 소관 규제부터 기업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파하고 소비활성화와 R&D 및 설비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추진하겠습니다.

 -최근 관계 부처 국장 교류인사가 있었습니다. 시행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평가와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실시된 지 한 달 남짓밖에 안돼서 본격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지금까지는 큰 부작용 없이 대체로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각 부처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사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최근 국·과장급 인사와 직제 개편이 있었습니다. 이번 인사의 특징과 직제 개편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산하기관 혁신 방안과 4월 인사의 청사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번 직제개편은 제조업 공동화 및 지식기반, 혁신주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을 위한 정책기능 및 기업규제완화, 전략물자 관리 등의 강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유통 물류와 무역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제고 및 단순한 지원중심의 기능은 통합해 효율성을 제고했습니다. 또 올해에는 산하기관의 경영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공급자 중심체제의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 고객 지향의 서비스 개선을 통해 ‘친 기업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산자부에서 실시중인 수요자 정책다면평가를 산하기관에도 확대해 혁신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인사와 예산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직제개편(안)에서는 e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전자상거래지원과와 총괄과를 하나의 과로 통합하는 것으로 돼 있어 산자부 내 e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비중을 낮추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 않을까요.

 ▲두 개과의 통합은 산자부의 e비즈니스 기능 약화라기보다는 민간 역할 강화를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산업의 IT화를 위한 산자부 지원은 강화될 것입니다. 기술·금융·투자·인력 등 기업과 관련된 프로세스에 있어 IT와 융합을 통한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산업의 고도화 등을 추진합니다. RFID를 활용한 통합 유통·물류네트워크 구현, 중소기업 전자상거래에 대한 부가세 감면, 행정서비스 혁신을 위한 G4B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한 심각한 산업기술인력 부족 현상은 어떻게 해소해 나가야 할까요.

 ▲산업기술인력에 대한 정기적 수요조사와 전망체계를 구축, 대학 등에 수요에 기반한 인력양성을 요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공학교육에 대한 인증을 통해 공과대학의 교육체계를 산업계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유도하며 지역별로 산학협력에 특화된 산학협력중심대학을 육성하는 등 산업 집적지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양성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상생)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역할과 상관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을 통해 수요기업인 대기업과 공급기업인 중소기업 간의 효과적인 구매 모델케이스가 나올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자로 참여,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1조원의 ‘수급기업 투자펀드’를 조성해 중소 납품업체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신기술제품에 대한 국내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를 확대해 개발된 제품의 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는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요구 자제에 대해 협조요청을 하겠습니다.

 -끝으로 산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점에 대해.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 만큼 산업계도 정부의 시책에 부응해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담=이재구 경제과학부장><정리=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 인터뷰 후기

 ◇장관은 바쁘다=“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약속한 3시에서 10여분 지나 장관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낸 이희범 장관의 첫 마디다. 사흘만에 청사에 들어왔더니 결재·보고·외부손님까지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늦었다는 것. 장관을 기다리는 중에도 손님들은 줄을 이었고 대담을 마치고 접견실을 나오자 입구에는 장관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19일 아침 청와대에서 노사정 지도자회의를 마치자마자 전주에서 열린 시·군·구청장대회 특강차 내려갔다가 저녁약속을 위해 부랴부랴 귀경했지만 결국 2시간이나 늦었고 20일에는 인천에서 조찬을 마치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부품·소재 분야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처럼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는 이 장관이 더욱 바빠지고 있는 것은 각종 기관이나 단체의 행사초청연사 희망 1순위이고 이를 뿌리치기 힘들어 더욱 바빠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공보관실의 귀띔.

 ◇자타가 공인하는 통상 전문가=수출1과장, 미국상무관, 유럽상무관, 무역위 상임위원 등 그가 지나온 이력에서도 나타나듯이 통상에 대한 자신감은 대단하다. 특히 유럽의 통합과정을 생생하게 지켜 본 유럽상무관 시절의 기억을 토대로 정리한 ‘유럽통합론’이라는 저서도 남겼다. 차관보 시절에는 협상 수석대표와 다자간 협상대표를 도맡아 수행했을 정도로 고급영어를 구사한다는 평가. 한·칠레 FTA 체결에 이어 줄이은 한·일, 한·싱가포르 FTA 체결과정에서도 풍부한 통상 경험을 십이분 살리겠다는 각오.

 ◇부품·소재 분야 애착=부품·소재 분야 육성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임기간 동안 가장 치중하고 싶은 분야 중 하나가 부품·소재 분야라고 대답. 이미 차관보 시절 투자기관 협의회와 함께 부품·소재 통합연구소를 만들었고 부품·소재 신뢰성 평가시스템도 만들었다고.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통해 만성적인 대일 무역 역조를 개선하겠다고 다짐.

 ◇‘선심행정’시비 색안경 안타까와=이 장관은 요즘엔 정상적인 행정업무도 총선을 앞둔 선심행정이라고 해서 못하는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관련 발표만 해도 일부 언론이 선심행정으로 몰아가 안타깝다며 색안경을 벗고 정부 정책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기술개발 실패에 대해 가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 전구를 발명하기 전까지 5000번의 실패를 경험한 에디슨이 “전구를 못 만드는 5000가지의 길과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찾았다”고 말한 것처럼 창의적 사고를 가진 기술자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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