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사업자 결합판매 허용하나

KT, 규제 해소 목소리 높여…SKT·데이콤 등 "독과점 심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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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여론과 정책적 판단이 기울고 있다. 유선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KT가 통신시장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최근 결합서비스 규제 해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학계 일각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제한적인 결합서비스 허용’ 방침을 시사한 데 이어 KT의 유무선결합서비스 출시시점인 오는 상반기 중 구체적인 인가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원천봉쇄됐던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서비스는 사실상 처음 풀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텔레콤·데이콤 등 경쟁사들은 여전히 KT의 시장지배력을 우려하며 완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결합서비스 허용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은 19일 ‘통신서비스 결합판매의 경제적 효과와 법규제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혼합) 결합판매는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말 한국경제학회가 제시한 결합서비스 규제완화에 이어 주요 경제연구기관이 정책변화를 촉구한 공식적인 입장이며, 그동안 정통부와 통신업계 내에서만 머물던 통신시장 규제정책 논의가 경제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KT가 시내 망을 모든 경쟁사에 동등하게 개방하고, 선로·전주 등 필수설비 공동활용제(LLU)를 제대로 지킨다면 유무선 (혼합) 결합서비스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합 결합서비스란 ‘묶음상품’으로만 구매해야 하는 순수 결합서비스와 달리, 단품 서비스별 구입할 수 있는 형태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해치지 않는 상품이다. 한경연의 최충규 부연구위원은 “혼합결합판매는 사업자간 경쟁촉진과 통합 요금부과·원스톱쇼핑 등 다양한 소비자 후생증진 효과가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규제완화 추세인 만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대신 사후 감독 규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통부도 조만간 KT의 유무선 결합서비스인 ‘원론’ 서비스 인가신청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정책기류 변화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정통부 관계자는 “원래 입장대로 KT가 경쟁사에도 자사 시내망을 제공하고 LLU 제도 또한 성실히 준수한다면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면서 “상반기까지 설비공유와 접속요건 등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뒤 연말까지는 결합서비스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신시장 경쟁 도입후 올해 사실상 처음으로 지배적 사업자의 통신 결합서비스가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KT의 시내망 중립화 등 그동안 잠재됐던 관련 이슈들도 덩달아 불거질 전망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확실한 경쟁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KT의 결합서비스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정통부는 관련 고시(2000-76, 제22조의 2)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에 한 해 각각 시내전화와 이동전화 결합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KT가 네스팟스윙(이동전화+무선랜)·원폰(이동전화+유선전화) 등 신규 서비스를 들고 나오면서 논쟁을 빚어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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