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위주 수익구조 탈피…"경쟁 심화땐 작품 질 저하" 우려도
캐릭터 업계가 단순 로열티 기반 수익구조를 탈피, 부가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부가사업에 직접 참여해 수익을 높이는 것은 물론, 2차 저작물을 통해 캐릭터의 노출 빈도를 높임으로써 라이선싱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사업 분야도 모바일게임, 온라인게임, 음악, 카툰북,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면서 토종 캐릭터는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 분야도 ‘접수’=‘2003 대한민국 캐릭터 대상’을 수상한 당돌한 중국소녀 ‘뿌까’는 온라인게임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뿌까’의 소속사인 부즈는 온라인게임업체인 넥슨과 손을 잡고 게임포털 ‘뿌까랜드(가칭)’를 구축중이다. 내달중 선을 보이는 뿌까랜드는 ‘퍼니레이싱’을 시작으로 누구나 쉽게 즐기는 캐주얼 게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엽기토끼 ‘마시마로’ 개발사 씨엘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아예 모바일게임 개발 전문 자회사인 ‘씨엔에스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다. 이 회사 최승호 사장은 “마시마로 게임을 중국에 수출하려 해도 게임개발업체에 2차 저작권이 있어 쉽지 않았다. 내달부터 자체 게임 개발에 나서 중국과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감성적 음악에도 ‘딱’=지난해 만화로 출간돼 65만부라는 판매기록을 세웠던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컴필레이션 앨범 ‘파페포포 러브송’으로 재탄생했다. 두 연인을 모티브로 한 원작 분위기를 살려 20여곡의 사랑노래를 수록했다. 음반기획사 솔담과 캐릭터업체 아툰즈가 공동작업한 이 앨범은 내달14일 화이트데이에 정식발매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무사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 가요앨범 ‘더 아파야 하나요’로 화제를 모았던 G&F엔터테인먼트는 갈갈이 박준형 등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무사이’와 함께 출연하는 유아용 영어비디오를 제작중이다.
◇만화기반 사업도 준비=라이선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만화 분야에서도 스토리부터 작화까지 캐릭터 원작자가 참여해 작품의 질을 높이고 수익을 나눠 갖는 추세다. 이는 캐릭터의 인기에 편승해 단행본으로 반짝 수익을 내기보다는 질 높은 카툰북을 통해 얻는 캐릭터 홍보 효과를 별도 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대현문화사와 함께 캐릭터 ‘밴드독’이 등장하는 카툰 북 ‘지지리궁상 밴드독’을 출간한 다다실업은 올 여름 여행을 주제로 한 수필에세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밴드독 웹사이트에서 일본 문화콘텐츠 탐방기를 연재하면서 여행사와의 공동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네오비의 ‘블랙젤리 스토리’는 200여 에피소드를 담은 카툰북 출시를 계기로 KT의 메신저 ‘i맨’의 대표 캐릭터에 선정돼 이달 선보였다.
◇공연도 주요한 부가사업=지난 2001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둘리’가 뮤지컬로 등장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명성왕후를 제작한 에이컴과 공동 작업하고 9억3000만원을 투입한 이 뮤지컬은 순수익만 3억원을 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이동식 대형 극장 빅탑 시어터를 활용하면서 전국공연으로 발돋움한 ‘둘리’의 성공은 타 캐릭터의 공연 참여를 이끌었다.
EBS의 인기 캐릭터 ‘뿡뿡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방귀대장 뿡뿡이의 초록별 대모험’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절찬리에 공연중이다. KBS의 3D 애니메이션 큐빅스는 ‘큐빅스 대모험’이라는 뮤지컬로 제작돼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영되는 등 뮤지컬 역시 주요한 캐릭터 부가사업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라이선싱 활성화를 전제한 부가사업이 중요=활발한 활동이 캐릭터의 생명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부가사업은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매출규모 확대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부가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겠다는 지나친 의욕은 자칫 기본이 되는 캐릭터 사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다실업의 최성진 캐릭터사업팀장은 “수익 자체를 좇는 부가사업 전개는 경쟁 심화 속에 작품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부가사업을 캐릭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질 높은 2차 저작물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