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DMA 원천기술자인 퀄컴이 국내 휴대폰 및 장비·부품업체에서 받아가는 로열티가 지난 95년부터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업계는 과도한 로열티 지급이 생산원가를 높여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로열티 비중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퀄컴측과의 로열티 지불 계약이 부당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 중소 업체들이 생존에 필요한 수익조차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퀄컴측의 주장과는 달리 국내 업계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5%선의 로열티를 내야기 때문이다.
퀄컴이 CDMA에 관한 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료 지급은 당연하지만 현실에 맞게 로열티 비중을 내려야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퀄컴 로열티만 2조원대’=우리나라가 지난 95년부터 지난해까지 퀄컴에 지불한 CDMA 로열티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조한천 의원은 정보통신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95년부터 2002년까지 퀄컴에 CDMA 기술 로열티로 1조5209억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2년 한해 동안 퀄컴에 지급한 로열티로 3951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국내 휴대폰업계는 중국 시장의 과당 경쟁과 수요 감소로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로열티에 대한 퀄컴의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중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퀄컴에 잘못 보였다가 칩 수급에 차질을 빚을까 로열티에 관한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퀄컴에 더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주력 제품이 컬러에서 카메라폰으로 전화되기 때문이다. 카메라폰은 카메라 모듈을 별도 구입해야 하는 등 제품 가격이 컬러폰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공급된다. 로열티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퀄컴과 공급단가를 기준으로 로열티 협상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업계 재협상 ‘불가피’=업체들은 퀄컴과 로열티 재조정을 원하고 있다. 배터리처럼 카메라 모듈이나 음원칩 등을 로열티 부분에서 삭제해 달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로열티 비용이 10∼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3∼4개 중견업체들이 퀄컴과 카메라폰의 로열티 협상을 벌이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휴대폰이 진화하면서 퀄컴외에도 MPEG4 등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퀄컴의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는 것도 국내 업체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퀄컴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국내 업체들은 최근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가 CDMA 칩 시장에 진출한데다 국내 업체들도 GSM 휴대폰으로 전공 과목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퀄컴의 태도가 유연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정작 퀄컴측은 “한국이 최혜국”이라는 점만을 강조한다.
◇‘공동 대응할 것’=업체들은 퀄컴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중견업체 사장은 “지난 2001년 중국과 한국의 차등 로열티 지급 때문에 퀄컴과 마찰을 빚었을 때는 퀄컴에 사실상 무장해제를 당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며 “특히 TI가 CDMA 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대하는 퀄컴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업계가 힘을 모으면 로열티 재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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