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기기+텔러 결합 `은행지점 리디자인` 제시
‘고객이 직원과 일대일로 접촉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 설계로 고객을 유혹하라.’
국내 은행의 지점 재설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텔러와 자동화기기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점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최근 금융권들이 무인점포화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이러한 지적은 이미 커다란 추세로 인정되는 분위기여서 금융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 컨설팅 업체인 비즈아이닷컴(대표 안영찬 http://www.bzeye.com)은 대표적인 지점 재설계 성공 사례인 워싱턴뮤추얼은행의 ‘오캐시오(Occasio)’의 사례를 들어 해외 은행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세계 브랜치 리디자인 동향연구’에서 이러한 사례를 잘 소개하고 있다.
반드시 이러한 보고가 아니더라도 저비용 채널인 자동화기기를 전략적 소비자 채널로 최대한 활용하면서 고객접점의 최일선에 있는 텔러의 역할을 보다 능동적인 금융 컨설턴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인간적 접촉을 늘려라=현재 국내 은행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CD/ATM과 인터넷뱅킹 보급확대를 통해 고비용 채널인 창구수를 줄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업무 처리 고객은 자동화기기나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고, 창구는 VIP고객이나 대출 상담만 하도록 해 수익성을 높이자는 복안이다. 워싱턴뮤추얼은행은 이보다 더 나가 아예 일반창구를 완전히 없애 버리고 지점 중심부의 원형테이블처럼 생긴 자동화기기인 소위 ‘텔러타워(Teller Tower)’에서 고객이 스스로 자동이체나 현금출납 업무를 하도록 한다. 대신 도움이 필요할 경우 텔러가 이를 도와주고 필요하면 전문 텔러와 상담을 나눌 수도 있도록 했다. 자동화기기가 텔러와 고객을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접점수단이 된 것이다. 이처럼 고객과의 접촉을 늘리자 오캐시오를 도입한 지점의 경우 신규 계좌 개설은 40%, 수신고와 대출금액도 각각 20% 증가했다고 한다.
◇고객에게 강요하지 마라=보고서는 국내외 은행의 자동화기기 설치 확대는 일시적인 업무정체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염두에 두지 못한 근시안적 접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고객들은 기계 앞에서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참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뮤추얼뱅크의 성공은 효율적인 기술 도입에 따른 텔러의 절약시간을 최대한 고객들에게 일대일 대면 서비스를 통한 인간적 관계 형성에 투자했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IT기술과 텔러 개개인의 서비스가 가장 절묘하게 결합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평이다.
◇자동화 기기 설치 전략 재정립해야=보고서는 국내 은행도 과거 단순업무를 처리하던 텔러의 역할을 워싱턴뮤추얼뱅크의 예처럼 능동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행 텔러의 단순업무를 줄이면서 금융컨설턴트로서의 업무로 전환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의 재설계 및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지점 재설계는 근원적으로 텔러의 단순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하드웨어적 접근과 더불어 이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비즈아이닷컴의 김호석 컨설턴트는 “오캐시오처럼 직원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개별 고객들의 거래를 처리해 줌으로써 이들과 갖게 되는 인간적 친근감 형성은 곧바로 은행의 수익과 연결된다”며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를 단편적으로 접목하고 고객의 이용만을 강요하는 국내 은행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