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강국` 비결은 한우물 판 CEO

 “디스플레이 강국 이면에는 한 우물을 판 CEO가 있다.”

CRT에 이어 LCD, PDP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배경중 하나로 오랜 기간 동안 디스플레이를 이끌어온 CEO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적기 투자, 전환기의 위기 관리, 표준화 등에서 국내 CEO들이 보다 많은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일본을 따라잡고 대만의 추격을 뿌리치는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LCD총괄 이상완 사장은 지난 93년 LCD사업부장을 맡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11년 동안 LCD사업만을 맡아왔다. 일본 샤프의 나카부 LCD사업본부장을 제외하고는 디스플레이 분야 최장기 CEO로 알려져 있다. 대만 패널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이상완 사장이 어떤 행사에 참석한다고 알려지면 대만의 패널 업체 CEO들이 앞다퉈 방문해 이상완 사장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할 정도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이 사장이 이 분야에서 가장 연장자축에 드는 데다가 기술, 투자 등에도 탁월한 식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LG필립스LCD의 구본준 부회장도 지난 99년에 CEO를 맡아 6년째 이끌며 세계적인 CEO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2000년 4월 세계 최단 기록인 4개월 만에 세계 최초로 4세대 생산라인을 가동시킴으로써 업계를 놀라게 했고 연이어 5세대 생산라인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여 2002년 5월 세계 최초로 5세대 생산라인을 성공적으로 가동시켜 대형분야의 1위 기반을 쌓았다.

 삼성SDI의 김순택 사장은 보통 2∼3년 임기에 그쳤던 이 회사의 전임 CEO와 달리 지난 2000년 1월부터 현재까지 5년째 삼성SDI를 이끌고 있다. 부임 당시만 해도 주력 사업이 브라운관이었으나 김 사장 부임이후 4년동안 유기EL, PDP, 2차전지 등에 집중 투자해 PDP, 유기EL 1위를 이끌어냈다. 김사장은 과감히 매년 수백∼수천억원을 투입해 주변을 놀라게 했지만 일본보다 5,6년 늦게 PDP에 뛰어들었음에도 삼성SDI를 양산 2년만에 세계 최대 생산업체로 발돋움 시켰다.

비오이하이디스의 최병두 사장 역시 지난 96년 당시 현대전자의 LCD 사업본부장을 시작으로 현재 비오이하이디스까지 8년가까이 TFT LCD 산업을 이끌어 온, LCD 업계의 산증인이다. 최 사장은 IMF 이후 IBM과 대만의 마이택, 클레버 등 외국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 하이닉스의 3번째의 LCD 라인에 대한 투자를 성공시켰다. 이어 하이닉스의 TFT LCD사업의 비오이 그룹 매각을 성사시켜 한국의 비오이하이디스와 중국 TFT LCD 생산 법인인 비오이오티(BOE OT)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중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강국으로 발돋음한 것은 고비를 숱하게 넘긴 경륜있는 CEO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국가에서도 매우 부러워하는 점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유형준 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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