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장인을 찾아서](6)필룩스 노시청 회장

 ‘태양 빛을 실내에서 그대로‘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실내 조명은 주변 환경에 따라 빛의 밝기와 색 온도 등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다. 실내 조명이 거주자의 신체 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생명 공학적인 기능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체 변화에 맞는 실내조명을 ‘감성조명‘이라고 하는 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그러나 국내 조명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역사가 짧고 메이저급 토종 브랜드도 극히 적을 뿐더러 대부분 관심대상 밖이었다.

필룩스 노시청(53) 회장은 이러한 속에서 감성 조명인 인공조명시스템(Sun In House)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우리나라 조명산업 기술력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2년 조명 산업에 첫 발을 내 딛은 이래 꾸준한 연구 개발 및 노력의 결과라고 할수 있다.

노 회장은 “지난 5년간 연구 개발한 인공조명시스템은 태양 빛을 그대로 연출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필룩스의 12년간 조명 기술이 집약됐다”고 말했다. 특히 2000캘빈도(색 온도 단위)의 형광램프와 8000캘빈도의 형광램프 출력을 조절, 일출시의 밝기와 색 온도부터 대낮 그리고 일몰까지의 태양 빛을 실내에서 연출하도록 설계된 첨단 감성 조명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필룩스의 감성조명 기술은 국내보다 선진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노 회장은 “지난해 5월 밀라노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규모의 조명전시회 기술부문에 인공조명시스템을 선보이자 선진국의 유수 조명 업체들이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 결과 두 달이 지난 후 필룩스는 감성 조명 기술을 유럽 최대 조명 회사인 이탈리아 이구찌니(iGuzzini)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감성조명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노 회장은 “이구찌니는 자사의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당시 독자적으로 개발하던 인공태양조명 기술을 스스로 포기하고 필룩스의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기술의 우수성에 상당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필룩스는 최근에는 튜브직경 T5 형광램프 기술을 활용한 데코램프·슬림램프·노바루체 스탠드 등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조명관련 국내 57개, 해외 35개의 특허를 획득, 필립스·오스람 등과 같은 외국계 조명회사가 시장을 잠식해나가는 국내 시장에서 조명 시장을 주도하는 토종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조명산업에 진출, 현재의 기술력을 인정받기까지 노회장에게는 굴곡도 많았다. 지금의 성공보다 10배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노 회장은 술회한다. “사업 초기에 외국 조명 업체들이 제품 카탈로그를 내어주기 꺼릴 정도로 국내에서 카피 제품 유통이 일상화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진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웠고 기껏 개발한 기술도 쉽게 도용당하곤 했습니다”.

노 회장은 “게다가 시장 가격질서가 문란하고 무자료 거래가 횡횡하다 보니 기업 운영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어 수십억 원의 적자를 보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75년 보암전자 재료연구소를 설립, 수정진동자 사업을 시작하던 중 또 한 번의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우여곡절끝에 페라이트 코어로 방향을 바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것이 노 회장이 조명산업에 진출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첨단 조명제품의 핵심 부품은 초소형 인버터 기술인데 바로 인버터 기술의 핵심 소재 기술은 페라이트 코어입니다. 결국 조명산업의 부품·소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조명산업이 진출이 가능해졌고 감성 조명기술까지 개발하게 된 배경입니다.”

노 회장은 앞으로 감성조명 기술을 국내·외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게 할 계획이다. 학교·아파트·생산라인·사무실 등 실생활 주변에 감성 조명 기술을 보급, 선두 조명 업체로 나설 계획이다.

“태양은 뜨고 질 때까지 햇살이 변하고 달라집니다. 또 맑은 날과 흐린 날은 햇빛 색깔도 달라집니다. 가장 이상적인 조명은 바로 태양과 비슷한 조도와 색깔을 내는 것이죠. 따라서 현대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과 가정 등 실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성 조명은 삶의 일부이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는 또 “감성조명 기술을 이용하면 쉬거나 활동할 때 요구되는 생체 리듬에 맞게 빛을 조정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갖거나 산업 현장에서 업무 효율성이 배가된다”며 “감성조명은 그야말로 바이오상품과도 가깝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감성 조명 문화 보급에도 적극 나섰다. 경기도 양주군 본사 옆에 3월께 지상 4층, 연 면적 3000평 규모의 ‘조명테마파크’를 개관하기로 한 것이다. 조명테마파크는 조명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조명이 인체 및 생활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관, 다양한 조명환경에서 화초·동물이 보이는 반응을 실험하는 임상시험관 등 다채로운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중소기업으로는 적지 않은 100억 원의 투자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까지 조명테마파크를 짓는 이유에 대해 노 회장은 “조명 테마파크 건설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감성 조명을 주도해 나가는 조명 선진국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필룩스의 모터는 ‘느끼는 조명‘”이라며 “지난 1897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조명이 빛을 발하는 단순 기능에서 벗어나 생활· 산업· 문 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으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라고 당찬 포부를 다졌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 노시청 회장 약력

▲1951년 서울 출생 현재 필룩스 회장

▲학력: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1973년)

▲경력: 보암전자 재료연구소 소장(1975년), 보암산업 대표(1982년)

▲수상:한국전자전국무총리상(1985년), 1천만불 수출 탑 대통령상(1993년), 신한국인상대통령상(1995년), 2천만불 수출탑 대통령상 (2001년)

◆ 내가 본 노시청 회장 - 광운대 공대 정홍배 교수  

최근 감성 조명이란 새로운 시장 기술을 이끄는 필룩스 노시청 회장의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은 노 회장을 30여년간 곁에서 지켜본 나에게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69년 학부 시절부터 친한 친구이자 서로에게 조언과 격려를 주저하지 않은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난 항상 그를 ‘쉼없는 이노베이터(Innovator)’라고 부릅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더 좋은 방향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의 기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의 경제 관념입니다. 학부 시절부터 탁구장을 직접 경영하면서 신뢰를 우선으로 하는 운영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그는 학교에서 과대표라는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항상 동급생들에게 신뢰를 주는 지도력으로 모범이 되곤 했습니다.

종종 그와 조명과 회사운영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신뢰경영, 품질경영’ 입니다.

처음 유럽에 수출할 때 바이어들에게 ‘한국산이 왜 이리 비싸’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소연했을 때, 중국의 값싼 제품이 조명시장을 흔들고 있는 최근에도 ‘품질이나 신뢰도 중요하지만 기업인이라면 가격경쟁력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나의 질타에, 그에 대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품질과 신뢰는 우리 회사와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의 이러한 옹고집 정신과 장인 정신은 결국 선진 조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유럽과 수많은 제품들의 전쟁터인 미국에서 획득한 다양한 특허권과 시장 진출 성공으로 보상받았습니다.

조명 사업에 처음 뛰어들 때부터 그는 ‘감성조명’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었습니다. 관련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이들도 국내 조명 시장의 트랜드를 모르고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충고했습니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그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저게도 ‘감성조명’의 개념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조명을 단순히 어두운 곳을 밝히는 인테리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하며 그는 주변인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SIH라는 기술이 탄생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감성조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회사에 초청했습니다.

색의 밝기뿐 만 아니라 그 온도까지 조절함으로써 인간의 생체리듬과 뇌의 활동에 가장 적절한 빛과 색 온도를 제공하는 SIH 시스템의 다양한 변화를 보고 난 그에게 기립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항상 말해왔던 ‘감성조명’의 실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노 회장에게서 세계 조명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필룩스의 모습을 자신있게 그려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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