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장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갖고 있는 한국오라클이 SW유지보수료의 명문화로 금융권을 비롯한 일부 고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한국오라클에 절대적인 성원을 보냈다.
이 와중에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대표격인 핸디소프트가 SW의 유지·보수 비용의 인상을 추진, 이제는 이같은 논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다국적 소프트웨어 업체는 물론 국산 ERP, CRM, MIS 솔루션 업체들도 동참할 방침을 정했거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 제값받기 위한 방편=소프트웨어 매출 구조는 △제품을 판매해서 발생하는 라이선스비 △교육·컨설팅비 △유지보수비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개발 및 컨설팅, 서비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고비용 구조의 인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 특성상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이 세 부문을 나누어 손익을 구분하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품 특성상 사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거나 주기적으로 교체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지보수나 컨설팅, 교육 분야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당연한 비즈니스 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 만큼은 예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라는 이유 때문에 수요처 임의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무엇보다도 유지 보수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티맥스소프트의 관계자는 “SI나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아예 미리 요율을 정해주기 때문에 회사에서 원하는 요율을 제안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통상 6∼8% 정도로 책정된다. 최소 20% 이상은 되야 하지만 10% 이하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것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산 SW 업계 ‘절대 동감’=국내 업체들은 시장에서 유지·보수 비용이 적정가보다 낮게 책정돼 있다고 입을 모으며 이번 핸디소프트의 결정에 공감을 표한다. 물론 수요처의 반응을 고려해 조심스럽지만 내심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정착되길 바라는 눈치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은 “우리는 그나마 처음부터 12%를 책정했고, 부족하지만 고객수를 늘려서 채산성을 맞추는 실정이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시장 전체에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비용이 낮다는 것에 ‘절대 동감’ 의사를 표명했다.
더존다스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17∼22% 정도 받기로 했지만 채널에서 영업을 할때는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제품 구입 비용의 지불 시기 등에 따라 변수가 크다”며 “타 업체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인상 계획은 없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 적정 가격의 유지·보수 비용이 제도적으로 안착 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SW산업 살리는 기회로=수요처에서도 소프트웨어 업계의 이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고사 직전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고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현실이다. 국내 S사 관계자는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린다는 차원에서는 인정한다”며 “그러나 오라클의 경우처럼 할인가격도 아닌 공급가의 22%를, 그것도 2년치를 일시불로 내라는 것은 고객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사전예고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보다는 단계적인 접근과 함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일지 모르지만 소프트웨어 업계는 오라클과 핸디소프트의 정책 변화를 계기로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 문제를 공론화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정품쓰기나 제 값 주고사기 운동이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렸듯이 정당한 유지·보수 비용 지불과 이에 맞는 서비스 제공은 국산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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