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하시는 분야가 자랑스러워서 이공계를 선택했어요.”
최근 소위 ‘이공계 기피’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대를 이어 연구 분야로 진출하는 연구자 가족이 이공계 분야에 희망을 주고 있다.
서울대 엄융의 교수와 기현 군, 중앙대 정동효 명예교수와 장남인 인큐비아 정성욱 사장이 부자 과학자의 계보를 만들고 있다. 또 CTC바이오 조기행 연구소장과 성경 양,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건웅 박사와 형원 양도 연구계에 부녀간 사랑을 과시하고 있다.
엄 교수의 장남인 기현군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전자 생리학 학부 과정을 마치고 아버지가 계신 서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기현군은 특히 아버지의 영국 유학 시절 스승이었던 옥스포드 데니스 노블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등 아버지 연구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부자는 피지옴(Physiome)이라 불리는 생리학과 정보기술을 융합한 첨단 연구 분야의 성과를 이룩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히며 연구에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바이오벤처컨설팅사인 인큐비아의 정성욱 사장은 아버지를 따라 생명공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케이스. 정 사장의 아버지는 중앙대 식품공학과 정동효 명예교수. 정사장은 일본 동경대 약학박사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원을 거쳐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인큐비아를 설립했다.
그는 “아버지가 평생을 쏟아 관심을 기울였던 생명공학 분야를 함께 하고 싶었다”며 “연구자는 아니지만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화를 추진하는 일을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 아들도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3대에 걸친 ‘바이오가족’으로 남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밝힐 정도.
기과학(氣科學) 전문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건웅 박사의 장녀인 형원 양은 아버지와 같이 연구하고 싶은 마음에 문과였던 진로를 이과로 바꿨다. 형원 양은 “중학교때 아빠가 쓴 ‘신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란 책에서 아버지가 무엇을 연구해 세상에 얘기하고 싶은지 몰랐다”며 “대학에 진학하면서 아버지의 연구를 같이 하고픈 마음에 이과로 전향해 약리학 전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탐구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고 틀에 갖혀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CTC바이오 조기행 연구소장과 성경 양 부녀는 지난해 아버지와 딸이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아직 고등학생인 성경 양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그레이스메모리얼 스쿨’에 다니고 있으며 조박사와 함께 생화학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조 박사는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후즈 후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에 등록됐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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