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웹젠의 어이없는 실수

 게임업계의 ‘기린아’ 웹젠이 2003년도 실적 발표 약속을 하루에 두번씩이나 어겼다.

당초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실적발표는 이날 오후로 한차례 미뤄졌다가 오후가 되자, 발표자체가 취소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회사측은 발표 연기에 대해 “회계감사 일정이 지연되어서”니 “해외 매출부문 서류 검토가 늦어져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실적을 궁금해 하는 업계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각에선 실적 부진을 감추려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는 극단적 비난이 나왔는가 하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뭘 믿고 매매시점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하소연이 쏟아지기도 했다.

기자는 일단 실적부진으로 발표 일정까지 미뤘다는 단견적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발표를 미룬다고 해서 안좋은 실적이 좋아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닥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에까지 주식이 공개돼 있는 기업의 책임성을 놓고서는 웹젠은 어떤 비난이라도 피해갈 구멍이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주식공개 기업에게는 실적 발표는 납품 일정과 같은 타임테이블인 것이다.

공개기업에게 사전 약속은 회사가 무너지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사수’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웹젠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게임전문기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웹젠이 약속을 깨고, 관련업계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업이 아무리 훌륭한 사업아이템으로 무장돼 있더라도 공개적인 약속을 어긴다면 그것은 ‘책임성이 결여된 기업’으로 진단할 수 밖에 없다.

비공개 기업에게는 실적 발표가 그다지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유독 공개된 기업에 대해서 결산후 일정기한을 두고 반드시 실적을 발표토록 하는 것은 해당 기업활동이 시장이라는 공개된 장에서 평가받게 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날 웹젠이라는 게임업계의 간판기업이 행한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다시 한번 우리 기업들의 무책임감을 실감케 한다.

<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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