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지상파방송사, 업무보고 신경전 `수면위로`

‘방송사가 방송위원회에 업무보고할 의무가 있는가’

방송규제기관인 방송위위원회가 피규제사업자인 지상파방송사에 업무보고를 요청, 방송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방송위에 대한 업무보고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위 출범과 동시에 중단됐다.

방송위는 그러나 원활한 방송행정을 위해 KBS·MBC·SBS·EBS 등 지상파방송4사 업무에 대한 파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최근 각사에 ‘업무현황청취’를 요구했다. 이달안에 지상파방송4사의 사장으로부터 직접 올해 업무계획 및 업무현황을 청취하겠다는 요청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싫은 내색이 역력하나 규제기관인 방송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일단 해당 법적 근거가 있다면 업무보고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방송위에 냈다. 또한 비공식적인 요청이라면 업무협조 차원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계획 등을 알려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절차라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근거없이 요구한다면 사업자에 대한 정부기관의 경영간섭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영방송인 KBS는 매년 예산에 따른 운영계획을 수립·확정해 2월 이내에 방송위에 제출해야 한다는 방송법 규정을 적용받아 방송위 요청에 대한 해석과 관례를 검토중이다. KBS는 운영계획을 제출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사장이 직접 방송위에 출석해 업무보고한다는 게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MBC는 방송위의 업무보고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MBC는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예결산서를 방송위에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MBC가 직접 업무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SBS와 같은 민방은 업무 보고 요청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방송사내에 공론화하거나 문제가 확대되면 방송사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방송계의 부정적인 반응에 방송위는 업무보고가 아닌 ‘업무현황청취’일뿐이라며 방송사가 민감하게 받아들이 필요가 없으며, 원치 않는 사업자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방송위는 방송사 재허가때 이를 반영할 수도 있다고 밝혀 우회적으로 방송사들을 압박할 태세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피규제 사업자에게 업무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방송위가 언론사이기도 한 지상파방송사의 업무보고를 공문이나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요청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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