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단 전자상가들이 단순히 소비를 위한 쇼핑공간에서 벗어나 ‘즐기는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주5일 근무가 확산되면서 라이프사이클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데다, 여행·레저·문화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움직임과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전자제품의 트렌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구매연령이 낮아지면서 주 소비자층이 30∼40대에서 10∼20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에 불을 당기고 있다.
비근한 예로, 남대문과 동대문만 하더라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을 시도한 이후 현재 ‘패션의 명소’가 됐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고객 유인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2월 초 관광터미널상가·전자랜드·나진상가 상우회장이 모인 자리에서도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날 모임은 용산 집단상가의 침체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상가와 관할구청, 경찰서가 합심하여 용산의 구조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집단상가 내부에서도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98년 개점 당시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강변CGV11과 이벤트홀, 야외전망대, 게임존, 헬스시설을 입점시킨 테크노마트의 경우 하루 내방고객수가 평일 10만명, 주말 15만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중 상당수가 전자제품 구입과 동시에 CGV에서 영화를 보는 고객이라고 테크노마트측은 분석하고 있다.
테크노마트 은혜림씨는 “지하2층 롯데마트를 찾는 고객에 따른 분수효과(아래층을 찾는 고객의 동선을 위층에까지 유도해 내는 효과), 10층에 위치한 CGV를 찾는 고객에 의한 샤워효과(위층 매장의 영향으로 아래층까지 매출에 이득을 보는 효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올해 개장 6주년을 맞아 전자상가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와 쇼핑몰의 엔터테인먼트 조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테크노마트는 드라마 PPL(간접광고노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특별기획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중 7∼10회 정도를 테크노마트에서 촬영하는 것으로 매장 방문고객은 스타들을 가까이서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계절별 마케팅도 강화하기로 했다. 10∼20대 초반 학생을 위한 각종 콘서트, 라디오 공개방송 유치, 힙합 및 댄스 동아리 경연대회를 비롯, 봄·가을 혼수시즌에는 예비부부를 위한 패션쇼와 웨딩가전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자랜드도 2002년 12월 재오픈하면서 랜드시네마를 입점, 용산에서는 유일하게 가족과 연인이 함께 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했다. 배만호 전자랜드 컴퓨터상우회장은 “백화점식 운영을 표방하면서 주말에 가족을 동반해서 전자랜드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 김포공항 자리에 들어선 테크노스카이시티도 전자 유통점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복합쇼핑몰로 주목받고 있는가 하면, 오는 10월 용산 민자역사 내에 설립되는 복합쇼핑몰 스페이스나인도 3∼8층은 전자상가로 구성하되 CGV와 E마트 등 각종 편의 레저시설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이와 관련, 테크노마트 박상후 부장은 “이제 쇼핑은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레저활동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부분의 전자상가들이 다양한 놀거리와 편리한 원스톱 쇼핑체계를 제공함으로써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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