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가전·통신·인터넷·유통 등 모든 업종의 마케팅 테마는 졸업과 입학,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다.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주머니를 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로 모처럼 마케팅 담당자는 만면에 희색을 보이고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갖는 의미 때문인지 아니면 이벤트의 ‘약발’ 덕분인지 다행히도 매출은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빠지지 않는 논쟁이 주요 기업이 ‘상혼’ 만을 목적으로 이를 지나치게 부각해 본래의 의미를 잃어간다는 비판이다. 주지하다시피 밸런타인데이는 로마 황제 클로디우스가 군사력 향상을 위해 결혼을 금지하자 성 밸런타인 주교가 몰래 젊은이를 결혼시켰고 이에 분노한 황제가 2월14일 밸런타인 주교를 처형한 것이 기원이다. 이 후 이 날은 부모와 자녀가 사랑의 뜻을 담은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던 풍습이 생겼고 최근에 와서는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변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변질돼 기업의 상혼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반복되는 밸런타인 기원 논쟁과 함께 특히 올해 달라진 밸런타인 풍속도의 하나는 ‘과소비’ 논란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허리띠를 바짝 죄는 상황에서 수십만원, 심지어는 수백만원 대에 달하는 밸런타인 선물이 등장해 사행심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 유명 백화점의 상품을 둘러 보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80만원짜리 프랑스 명품 초콜릿 세트, 150만원 짜리 목걸이 세트, 40만원짜리 주문제작 초콜릿 꽃바구니, 600만원이 넘는 도자기 인형 등 주요 백화점과 호텔이 앞다퉈 선보인 상품을 보면 절로 위화감이 든다. 물론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매출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밸런타인이라는 호재를 십분 활용한 ‘미끼’ 상품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를 바로 보는 일반 서민의 따가운 눈초리는 피할 수 없다.
특히나 지금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당장의 매출을 위해 일반 소비자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정체 불명의 값비싼 상품 하나를 외국에서 들여오기 보다는 불황기에 소비자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 전체 소비 심리를 활활 지필 수 있는 히트 상품 개발이 절실한 때다. 이벤트 효과는 한주를 채 넘지 못하지만 공들여 내놓은 히트 상품의 위력은 최소한 1년 이상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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