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전자업계의 `친환경 경영`

 필자가 지금 산업자원부의 전신인 상공부 전자공업과 사무관으로 우리나라 전자산업과 처음 인연을 맺은 1970년대 중반에는 주요 전자부품을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흑백 TV에 이어 국내에서는 방영되지 않았던 컬러 TV가 주요 수출상품으로 등장했으나 전체 수출규모는 1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부품국산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전자공업육성법’에 따라 국산화 대상품목으로 매년 50∼60개의 품목을 공고하는 정부주도의 국산화 시책을 추진했다.

이후 80년대 중반 새로 신설된 상공부 정보기기 과장을 맡았을 때는 소위 쇳덩어리에 가까운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이 주요 업무중 하나였다. 실제로 컴퓨터 5000대를 구입해 전국에 보급했다. 이것이 이후 우리나라 PC산업 발전에 토대가 됐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출규모가 2000억달러에 이르고 우리가 생산한 반도체·휴대폰·디지털 TV 등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이제 전자산업은 산업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빠른 기술과 시장의 변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전자산업의 관건이다. 오늘날 우리 전자산업은 크게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기술과 제품의 융합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더 많은 경쟁자가 등장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게임산업에 뛰어 들었고 컴퓨터 생산업체인 델사도 디지털TV를 생산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이제 잠재적인 경쟁자를 포함해 더 많은 경쟁자와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은 중국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간 중국은 거대한 성장시장으로서, 또한 저렴한 생산기지로서 국내 기업에게 커다란 기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축적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이루어져 이제는 중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중국기업이 강한 경쟁상대자로 부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급속한 인구증가와 산업화, 도시화로 야기된 환경파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반덤핑 규제가 선진국이 활용한 진입장벽이었다면 이제는 높은 환경기준이 기술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도전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또 다른 기회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에 전자업계가 업계 최초로 모여 공동으로 ‘친환경 제품생산선언’을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친환경’은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미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다. ‘친환경 경영’은 구매·생산·사용·재활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을 먼저 생각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경영철학을 의미한다.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산·학·연·정부 관계자로 대책반을 구성하고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에는 환경규제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하여 환경교육전담반을 구성해 오는 3월부터 권역별로 대규모 순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연말까지 환경규제 정보를 공유하고 유해물질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한 유해물질관리 DB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3∼5년간의 중기사업으로 모기업의 환경경영기법을 협력업체까지 확산시키기 위한 ‘환경친화적 공급망 구축 사업‘을 본격 실시하며 중소기업이 환경기술과 관련하여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연솔더링 공정기술개발과 실용화 사업’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앞으로 닥쳐 올 경쟁과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전자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직시하고 정부와 기업이 같이 노력해 간다면 전자산업이 명실상부하게 우리의 21세기 디지털 경제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이 될 것이다.

◆ ­이희범 산자부 장관 heebl@moc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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