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취득업체 인수 합병 등 필요
국내 휴대폰업계가 대중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휴대폰 수입을 금지하고 나아가 외국계 기업에 휴대폰 판매 라이선스를 부과하기 않으려는 움직임을 공식화하고 있다.<본보 9일자 1면기사 참조>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계속돼온 상황으로 최근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엣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중국의 휴대폰업체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국내 휴대폰업체의 입지를 더욱 궁색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휴대폰 업계 ’긴장’=대기업을 비롯해 중견·중소기업까지 전 휴대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중국 휴대폰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은 더 이상 먹을 파이가 없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양기곤 벨웨이브 사장은 “완제품을 수입하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조립품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하지 않으면 원가를 맞추기도 힘들 정도”라고 현실화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일단 올해 중국 시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중국이 불과 2∼3년만에 업체간 과당경쟁과 공급과잉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간섭이 갈수록 심해지고 수출 조건도 까다로워져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방법은 없나=중국은 국내 휴대폰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전략적인 시장이다. 주문자상표부착(OEM)이나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휴대폰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올해도 매출의 50% 이상을 중국 수출을 통해 올려야 한다. 메이저업체들도 12억 인구의 매력적인 시장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국내 업체들은 인수합병(M&A)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초기 국내업체들은 중국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독자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 획득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더이상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공식적으로 국내 업체는 단 한 곳도 라이선스가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조인트벤처와 공동 브랜드로 나머지 업체는 중국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는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M&A다.
◇M&A 현실성 있나=현재 중국에서 정부로부터 휴대폰 판매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는 총 37곳. 25개가 로컬업체다. 이중 절반 이상이 명패뿐 개점휴업중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들 업체 M&A를 통해 라이선스를 얻고, 중국 정부는 처치곤란인 적자기업을 외국에 팔아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LG전자, 팬택이 M&A 대상을 물색중이며, 벤처기업인 브이케이와 이노스트림이 중국 업체를 인수해 재미를 보고 있다.
◇전망=초미의 관심사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이미 자리매김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라이선스 획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M&A를 통해 라이선스를 취득할 경우 독자브랜드 사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휴대폰 시장 전면 개방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상 언제까지 라이선스를 통해 휴대폰업체를 규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최선은 아니지만 러시아·인도·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외자유치와 기술이전을 위해 외국계업체들에 현지공장이나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국내 ODM 휴대폰업체들이 모조리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