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라운관 업계에 희비 쌍곡선이 교체하고 있다.
브라운관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삼성SDI, 삼성코닝은 브라운관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도 승승 장구한 반면 내부사정으로 변화 시기를 놓쳐 브라운관 사업에만 집중해온 LG필립스디스플레이, 한국전기초자, 오리온전기 등은 브라운관 시장의 침체로 이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되는 등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타 사업으로 승부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전년 대비 연결 매출이 8.5% 증가한 7조 1982억 원, 순이익은 10.2% 증가한 6494억원을 달성,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사업인 CRT의 경우 지난 2002년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든 4조 원 매출에 그쳤지만 PDP, 2차 전지, 휴대폰용 LCD 등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2배 가까이 확대되면서 이를 상쇄하고도 남은 결과다. 이 회사는 올해 CRT매출이 지난해보다 10%줄어든 3조 6000억원을 예상하면서도 전체매출은 지난해 대비 14% 증가한 8.2조원의 매출을 달성키로 하는 등 신규사업에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삼성코닝은 지난해 전년과 비슷한 1조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브라운관 유리 판매는 크게 늘었지만 단가 하락으로 유리 매출은 소폭 줄었다. 그러나 PDP필터, STN코팅 유리 등의 신규사업이 이 부분을 상쇄했다. 이 회사는 올해 PDP필터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점차 신규사업 비중을 확대 오는 2007년에는 PDP와 TFT-LCD 소재부품의 매출규모를 2000억 원대에서 1조100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변화가 막혀있는 기업은 내리막.
세계 최대의 브라운관업체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002년 대비 10%감소한 39억6600만달러(4조8000억원) 매출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억2200만달러를 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으로 큰 금액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브라운관 유리업체인 한국전기초자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가까이 감소한 46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5∼40%수준인 675억원과 581억원에 그쳤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브라운관 업체인 오리온전기는 지난 3분기까지의 매출이 지난 2002년 전체 매출의 55%에 머무른 3146억원에 그쳤다. 당기 순손실은 1900억원에 이른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오리온전기는 그렇다치더라도 LG필립스디스플레이, 한국전기초자 등은 대주주인 LG전자, 필립스, 아사히 등이 이들 업체가 진출할만한 신규사업에 모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 길이 사실상 막혀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라운관 기술이 PDP나 다른 디스플레이의 기초 기술이어서 이를 활용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한 기업들과 이를 진행하지 못한 기업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갈수록 이러한 희비쌍곡선은 가파르게 갈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 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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