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성장엔진의 주역들](2)디지털콘텐츠:부산·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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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권은 ‘대한민국 디지털콘텐츠의 메카’라 불리우기에 손색 없을 정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부산에만 100여개를 비롯해 부산·경남권 전체적으로 게임 및 애니메이션, 영상 등 디지털콘텐츠 관련 업체 수는 120개를 넘어 증가일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서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부, 동명정보대학교 게임공학과 등 대학내 관련 학과들이 잇따라 설립돼 지원자가 몰리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분포한 게임개발자 가운데 부산 출신이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부산·경남권이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원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게임영상협회 등이 있고 동서대와 동명정보대 외에도 영산대학교·경성대학교·경남정보대에 게임관련 학과들이 있다. 이밖에 동서대와 동명정보대에는 학과 외에 정보교육원, 게임아카데미가 설립돼 있다. 부산·경남지역 대학교들이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영화·게임 등 디지털콘텐츠를 디딤돌로 삼아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부산지역 업계·학계 관계자들은 초창기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부산이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데는 ‘부산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서울의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에 이어 지난 97년 6월 문을 연 부산소프트웨어지원센터는 지역 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모범이 됐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서울 집중을 해소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취지가 호응을 얻으면서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17개에 달하는 지원 센터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같은 해인 97년에는 부산이 모태가 된 한국멀티미디어학회가 설립돼 부산지역 디지털콘텐츠 산업발전에 힘을 보탰다. 멀티미디어학회는 영상 음성처리, 콘텐츠디자인뿐 아니라 멀티미디어시대 정보검색, 데이터베이스, 정보보호, 교육 등의 분야에서 제 몫을 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산권 디지털콘텐츠 붐의 확산 계기는 96년 첫발을 뗀 ‘부산국제영화제’를 꼽을 수 있다. 한국 영화의 발상지인 부산을 영상문화의 중앙 집중에서 벗어나는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된 부산영화제는 영화적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부산의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때 이후 부산의 콘텐츠 산업은 실질적인 도약기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흐름의 중심에 한계섭 교수(65)가 있다. 한 교수는 동아대학교 경영정보학과 재직시절, 부산소프트웨어지원센터는 물론 초기 한국멀티미디어학회 회장을 맡아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이면서 석사과정이었던 서울대학교 대학원과 경희대학교에서 박사 과정도 경제학을 전공한 한 교수의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혜안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층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후학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흐름은 동서대학교 디지털디자인학부 김종기 학장(52)과 경성대학교 김재명 교수(51)로 이어진다.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종기 교수는 일본 규슈산업대학원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전공, 유학을 마치고 부산대학교·동아대학교·경북대학교·전북대학교·강원대학교·홍익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지금은 동서대학에 재직하면서 중국 베이징이공대학에도 출강하는 등 한·중·일 3개국을 넘나드는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아게임에서는 ‘한·일청소년디지털문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한국의 IT수준을 아시아 지역에 떨친 바 있다.

 한양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재명 교수는 석박사 과정에서 뉴미디어를 전공, 각 기업체 CI작업을 비롯한 3D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고 있다. 그는 특히 ‘어울림2000’ 행사에서 웹캐스팅 분야 진행 책임을 맡아 능력을 과시했으며 현재 부산멀티미디어지원센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부산·경남권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는 신세대 교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동명정보대학교 게임공학과 오세웅 교수(44)와 동의대학교 영화영상멀티미디어공학부 김지홍 교수(43)는 이론과 실무를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오 교수는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네트워크 가상현실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오 교수는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네트워크 및 서버 분야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 교수로서는 드물게 제자들과 함께 개발한 온라인게임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 출신의 김지홍 교수는 97년 ETRI를 나와 부산외국어대학을 거쳐 동의대학교에 합류했다. 영상편집, 영상신호처리, 특수효과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김 교수는 동의대학의 특성화분야인 영화영상공학분야에서 영화후반 작업 부분을 주요연구분야로 삼아 부산영화영상사업단을 주도하는 등 부산지역 영화영상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밖에 동명정보대 게임공학과 이강혁 교수(45)는 동아대학교와 미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자연어처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게임분야 인공지능과 게임음악, 게임상의 다국어 자동번역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30대들로는 동서대학교의 임충재 교수, 동명정보대학 이응주 교수, 동의대학교 권순각 교수 등이 인정을 받고 있다. 충남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임충재 교수(35)는 ‘Mustock 시스템’ 구현 EMS, 해킹 네트워크 게임, 온라인 3D 게임엔진 표준화 등의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경북대학교와 대학원을 마친 동명정보대학 정보통신공학과 이응주 교수(39)는 정보처리 분야 전문가로 기업체 대표도 맡은 바 있고 지금은 동명정보대 창업보육센터장으로서 재직하고 있다.

 동의대학교 권순각 교수(35)는 경북대학교를 거쳐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이후 ETRI와 기술신용보증기금을 거쳐 동의대학교에서 MPEG 영상신호 저장 및 처리 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경성대학교의 외국인 교수들이 초빙교수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면서 부산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 이채를 띤다. 여기에는 미시건대학교를 졸업하고 MIT에서 이론물리학 석·박사 과정을 이수한 후 철학·수학·언어학·심리학 등을 넘나들며 철학·인문학 통합박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카이 홍 교수를 비롯해 조안나 톰슨(디지털 영상디자인), 앤 그리어(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데브 로스(디지털 스토리텔링) 등이 포함된다.

 한편 부산의 디지털콘텐츠 업계 인사들은 평균 연령대가 낮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아마게돈’의 밉스소프트가 바람을 일으킨 이후 등장한 드림미디어·뭉클·메가폴리엔터테인먼트 등 선두업체들 모두 30대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턴방식의 슈팅게임인 ‘배틀마린’과 곤충을 소재로 한 비행슈팅 게임 ‘비틀윙’으로 유명한 드림미디어의 유왕윤 사장(36)은 부산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시민의 종’을 디자인해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부산3·1운동 기념조형’을 건립하는 등 디자이너로서도 인정을 받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0년 회사를 창업했다. 현재는 부산게임영상협회장을 맡아 업계 발전은 물론 동아대학교 교수로서 후진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업체인 뭉클과 메가폴리는 특히 이른바 창업 전단계의 아마추어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부산정보통신연구원(SOMAT)’ 출신들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뭉클의 허용수 사장(30)은 동의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반 기업체에 5년 정도 근무하다 지난 2001년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뭉클은 ‘테일즈 오브 윈디랜드’의 히트를 바탕으로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인 ‘마스키아’의 출시에 회사 힘을 모으고 있다. 허 사장과 동갑내기인 김소연 사장은 부산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게임 업체에 참여해 디자인을 담당하다 연구소 게임개발팀장을 거쳐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여성용 게임인 ‘쿠키샵’을 내놓고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또 다른 30세 헬로우넷 이환중 사장은 부산대학교 조선공학과 출신으로 기업체 연구원생활을 거쳐 회사를 창업, 현재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부산지역 내로라하는 업체로 키웠다.

 30대 후반으로는 모바일로 백승현 사장(38)이 2001년 회사를 설립, 휴대폰용 동화 패러디 게임 ‘성냥팔이 소녀’, 검도게임 ‘따이따이’, 전통게임 ‘늘∼뛰기’, 육성 시뮬레이션 ‘챔피언 만들기’ 등으로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을 과시하며 모바일 업계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밖에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지엑스의 정재민 사장(39)과 제스트웨어 김성철 사장(38)이 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허의원기자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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