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 재활용 의무화 법안 시행따라
휴렛패커드(HP), 델 등 글로벌 PC업체들이 재활용(리사이클링) 비용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등이 PC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리사이클링 비용으로 데스크톱 PC 가격이 대당 50달러나 더 들어갈 것으로 보여 이들 PC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납, 카드뮴 등 PC에 들어있는 유해 물질을 대체하기 위해 신물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들 PC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침체되어 있다 올해부터 겨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PC시장이 리사이클링 비용으로 다시 침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U, PC 재활용 의무화 법안 잇따라 마련=현재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를 펼치고 있는 EU는 내년 8월 13일 부터 전기·전자 제품 생산자의 리사이클링을 의무화한 ‘폐가전 회수 및 재활용 의무화 지침(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Directive)’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지침에 따라 내년 8월13일 이후 부터 PC제조업체들은 이전에 판매한 자신들의 PC에 대해 책임지고 리사이클링을 해야 한다. 또 이 기간 이후에 판매된 PC에 대해서는 구매자와 공동으로 리사이클링 해야 한다.
‘WEEE’뿐 아니라 EU는 오는 2006년 7월 부터 전기·전자 제품에 수은, 납, 카드뮴 같은 유해 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특정 유해물질 사용제한(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이라는 지침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 지침은 특정 화학 물질의 총량을 규제하는 것인데 현재 영국의 경우 이의 세부규정에 대한 과정을 민간에 컨설팅 의뢰, 다음달 1일 그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PC업체들 친환경 경영 박차=이처럼 날로 높아가는 ‘그린PC’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HP 등 세계적 PC업체들은 유해 물질을 대체하는 신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C는 7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은 작년 여름 연구소에 “친환경 PC를 위해 디자인 혁신과 같은 방법을 모색해 볼 것”을 주문했다. 현재 HP는 프린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대체 등 대체물질 구매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HP 뿐아니라 델 등 다른 PC업체들도 리사이클링 시설을 늘리는 등 ‘그린PC’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PC업체들 경영 압박=가트너에 따르면 리사이클링 비용은 PC 1대당 50달러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등 그렇잖아도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업체들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가장 마진이 좋다는 일부 노트북이 마진이 10%이고 보통 데스크톱은 1∼2%의 마진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한 시장전문가는 “작년에 전세계적으로 1억5000여대의 PC가 팔렸다”면서 “만일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이 리사이클링에 따른 비용을 구매자에게 물리지 않고 원가로 흡수한다면 업계에 타격을 주고 가격경쟁도 극심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