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경영진-노조·시민단체
통신업계 양대강자 KT와 SK텔레콤이 각각 비등하는 사외이사 추천과 등기이사 퇴진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영권에 참여하려는 노조, 시민단체, 외국인 및 소액주주들과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경영진의 샅바싸움이 3월 주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KT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이사회에 이병훈 중앙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KT노조는 이에 앞서 소액주주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주권위임 확보 투쟁을 벌여 주주제안(0.5%)과 집중투표 청구(1%)에 필요한 730여만주(3.5%)의 위임장을 확보했다. 노조는 이를 바탕으로 내달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회사와 표대결을 통해 추천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위임장을 받아 전체의 15%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반면 경영진들은 노조의 이같은 사외이사 추천이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우려가 있다”면서 방어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KT경영진들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올릴 2명의 외부 인사를 물색, 인선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또 아예 현재 9명인 사외이사수를 7∼8명으로 줄여 집중투표제를 통한 노조측 사외후보 추천을 비껴가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KT측 관계자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단지 후보들의 결격사유만 판단하는 것으로 노조측 후보가 주총에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사측에서 올린 후보도 투명경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적합한 인물이어서 표대결에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김종상 대한항공 사외이사와 김도환 세종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SK텔레콤의 손길승, 최태원 등기이사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등기이사를 퇴진시켜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참여연대는 특히 지배구조 개선에 우호적인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50% 가까이 달하는 SK텔레콤에 대해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은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공통된 기대감을 강조했다.
SK텔레콤 경영진들은 이에 대해 3월 정기주총에 앞서 오는 24일께 이사회를 열어 참여연대의 주주제안을 정식 주총 안건으로 삼을지 여부를 고심중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참여연대의 운동이 SK(주)를 통한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압박과 맞물려 2중고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응마련에 부심중이다. 이에 앞서 SK(주)는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 선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 추천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투명경영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법적인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겠다”는게 SK텔레콤측의 입장이다.
결국 양사의 소액주주 운동은 그동안 공기업이었던 KT의 민영화와 비자금 비리, 대주주 구속 등으로 이어졌던 SK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종인 동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사외이사 추천이나 등기이사 사퇴 제안이 주총을 통과할 것인지를 전망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를 계기로 독립경영이나 투명경영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