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고무제품에 불과하던 차량용 타이어에도 유비쿼터스 혁명이 불고 있다. 능동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똑똑한 타이어, 일명 스마트 타이어(smart tier)가 상용화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카AV기기와 전장부품을 제조하는 현대오토넷은 스마트 타이어 개발 분야에서도 선두기업으로 뽑힌다. 첨단전자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타이어는 아무래도 ‘고무’를 다루는 타이어회사보다 ‘전자부품’을 다루는 전자업체가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사례가 많다.
현대오토넷은 지난해 1월부터 캐나다 스마트 타이어사와 제휴를 맺고 관련기술 개발에 착수, TPMS국산화에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전파법규에 맞는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기술을 국산화해 이달부터 현대상용차의 트럭용 TPMS를 양산하고 다음달 유럽, 미국시장에 연간 30만대의 승용차용 TPMS모듈을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오토넷은 또 오는 6월까지 타이어 제조정보를 인식하는 RFID의 차량주행 테스트, 양산준비를 마치고 연말부터 금호타이어의 타이어제조라인에 RFID모듈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차량용 전장부품 이외에 스마트 타이어용 전자모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 오는 2010년에는 타이어의 식별과 공기압 측정기능을 센서 하나로 수행하는 다기능 제품을 국산화해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야심이다.
자동차업계가 현재 요구하는 ‘똑똑한 타이어’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공기압을 스스로 체크해 바람이 빠졌는지를 운전자에게 알려줄 것, 또 출고 이후 타이어를 아무리 험하게 사용해도 제조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1. TPMS, 이제 갑작스런 타이어 펑크는 없다
타이어에 흠집이 생겨 조금씩 바람(공기압)이 빠질 경우에도 보통 운전자들은 여간해서 잘 눈치채지 못하지만 운행 중 어느 순간 갑자기 타이어가 터지거나 쉽게 미끄러지는 등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타이어 안의 온도 및 압력을 타이어 내부에 장착된 센서가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타이어압력 모니터링시스템(TPMS)이다.
TPMS를 장착하면 평소 눈대중으로 확인하는 타이어 공기압을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 또 사고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고 연비향상, 타이어 수명향상 및 승차감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도 당장 수출을 위해서는 값싸고 신뢰성있는 TPMS국산화가 불가피해졌다. 현대, 기아차는 하반기부터 미국수출차종 일부에 TPMS를 장착할 계획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씨트론, 현대모비스, 서두인칩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활발하게 TPMS국산화를 추진 중이며 연내 애프터마켓에 국산 TPMS제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차량안전과 상관이 없는 카AV기기도 수백만원대에 팔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운전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타이어에 최소한의 센서, 통신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사치가 아니며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 전세계 타이어 생산 관리도 한눈에
자동차업계는 파이어스톤 리콜사태 이후 연간 15억개가 생산되는 각종 타이어의 유통, 처리단계를 국제적으로 감시할 필요성을 느꼈다. 보통 타이어 옆면에는 제품규격과 간단한 제조정보(△△공장 10월 첫째주 생산분)를 담은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고무표면에 찍힌 문자정보는 주행 과정에서 쉽게 손상되고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미 시중에 풀린 불량 타이어를 뒤늦게 회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타이어업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마트 등 유통업계에 일부 도입된 RFID를 고무 타이어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타이어 고무에 손가락 크기의 무선태그(RFID)를 삽입하면 훨씬 상세한 제품정보 ‘○○공장 10월 2일 제 2라인 8만5882호, 품질책임자 김갑수, 2002년 3월 8일 강남 △△정비소 타이어 수리, 담당자 박정수’는 물론 정비관련기록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이처럼 타이어 RFID에 저장된 정보는 폐차시점까지 유지되며 주유소, 정비소에 비치된 전용단말기(사진)로 손쉽게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RFID는 월마트의 면도기 세트뿐만 아니라 세계 타이어시장의 물류와 차량안전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체 입장에선 불량타이어 리콜을 할 때 RFID를 내장한 타이어는 경로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에 타이어 제조사에 의무장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어 성형과정에서 초고압과 수년간의 차량주행에 따른 스트레스에도 거뜬히 견디는 RFID기술을 개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 타이어업계도 향후 RFID기술이 기업생존에 주요 변수로 등장하자 전문업체와 공동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현대오토넷은 내년까지 RFID가격을 개당 1달러 이하로 낮추고 2010년경에는 하나의 센서로 타이어의 제조정보와 TPMS기능까지 포함하는 다기능 RFID 센서태그를 개발, 세계 스마트 타이어시장을 공략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제 자동차 타이어는 시커먼 고무제품이 아니라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자동차, 도로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지능체로 변신하고 있다.
◆기고
스마트 타이어의 미래
-현대오토넷 천동필 이사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지표면과 접촉하는 타이어는 그 어떤 첨단 차량부품보다 운전자의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21세기 지능형 자동차에 적용되는 각종 첨단기술 중에 스마트 타이어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전망이다.
타이어용 RFID나 TPMS는 영하 40도∼영상 180도의 가혹한 운행조건에서 최소 10년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반차량용 전자기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이처럼 가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센서, 통신기술은 자동차산업과 물류,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망을 확장하는데 있어 중요한 국가 경쟁력이다.
그동안 스마트 타이어에 적용되는 RFID태그와 TPMS 두 기술은 현재까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으나 오는 2010년경에는 하나의 센서에 타이어의 식별과 공기압 측정기능까지 포함시킨 다기능 제품의 탄생이 예상된다. 이것은 자동차문명의 한 부분을 떠받쳐온 타이어가 새로운 단계로 진보함을 의미한다.
교통사고가 빈번한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은 자동차의 신발격인 타이어에 대해 안전성보다 저렴한 가격, 좋은 승차감, 고속주행능력 등에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 타이어는 운전자에게 한차원 높은 안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정부도 적극적인 보급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스마트 타이어 등장 배경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됐던 지난 2000년 8월 미국 자동차 업계는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리콜사태에 휩싸였다. 보통 자동차업계에서 리콜이란 결함이 있는 차량을 회수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자동차 바퀴, 타이어가 문제를 일으켰다.
세계 굴지의 타이어회사 파이어스톤이 포드사에 납품한 타이어 일부가 공기압이 부족할 경우 운행 중 잇따라 파열되면서 차량전복사고를 일으켰던 것이다. 무려 119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의 빗발치는 항의 속에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포드사는 문제를 일으킨 불량 타이어를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수많은 자동차에 장착된 타이어 중 결함이 있는 생산분만 정확히 가려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포드와 파이어스톤은 특정 자동차모델에 장착된 타이어 650만개를 전량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단행했다. 불량타이어로 인해 두 회사가 입은 물적 피해는 수억달러. 그보다 미국 자동차와 타이어업계의 종가를 자부해온 두 대기업이 입은 이미지 손상과 소비자들의 불신은 회복이 힘들 정도였다. 이후 제품결함을 은폐한 부도덕한 기업이란 손가락질 속에 두 회사는 서로 책임소재를 놓고 수년간의 끔찍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했다.
자동차업계로선 떠올리기도 꺼릴 최악의 리콜사태였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단순한 소모품으로 간주해온 타이어에 안전성과 리콜의 효율성을 부여하는 첨단 유비쿼터스기술이 이식된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이후 미국정부는 타이어의 공기압 상태와 제조정보를 관리하는 특수센서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법안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능동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이른바 똑똑한 스마트 타이어가 속속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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