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무와 이동전화를 결합한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첨단 융복합(일명 컨버전스) 산업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가입자 유치경쟁에 내몰린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은행들에게 일방적으로 퍼주는 꼴의 영업전을 불사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이전투구식 제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에 가입자 유치를 위한 지원금이나 각종 수수료 배분 등에서 은행들에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출혈경쟁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처럼 왜곡된 제휴모델이 고착화될 경우 모바일뱅킹이라는 첨단 융복합서비스가 채 꽃도 피기 전에 사업자들간의 갈등이 비화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시장발전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텔레콤(대표 남용)은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과 뱅크온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가입자 1명(단말기 1대)당 유치지원금 5만원을 은행측에 제공키로 협약을 맺었다. 이를 시발점으로 잇따라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 LG텔레콤은 동일한 조건에 제일·기업·외환은행에도 판촉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LG텔레콤의 뱅크온 서비스가 호응을 얻으면서 경쟁적으로 따라나선 KTF·SK텔레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TF는 오는 3월 국민은행과 모바일뱅킹(일명 K뱅크)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가입자 1명당 역시 5만원의 장려금을 주기로 하고, 상반기중 확대할 농협·한미·대구은행과도 같은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SK텔레콤은 이보다 다소 낮은 4만원선에서 우리·신한·조흥은행과 제휴를 타진, 역시 3월부터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들 이통 3사가 가입자 유치 지원금으로 은행에 제공하는 4만∼5만원은 통상 영업점에 주는 리베이트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판촉장려금 규모만이 아니다. 은행 지점에서 가입자 유치활동을 벌일 경우 모집직원이나 광고, 마케팅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비용을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여기다 자금이체 등 실제 모바일뱅킹 서비스에 따른 소액 수수료는 종전대로 은행이 모두 갖는 대신, 이통사들은 기껏해야 통화료 수입 등 푼돈만 챙기는 꼴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300만명, KTF·LG텔레콤이 각각 100만명의 모바일뱅킹 가입자 목표를 실제 달성할 경우 이들 3개사는 최소 500억원에서 1200억원의 가입자 유치 지원금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겉으론 은행·이동통신간의 ‘윈윈’ 서비스라지만, 결국은 장소만 빌리는 대가로 이동전화사업자가 은행에 편파적인 이익을 제공해야 하는 셈이다.
KTF 관계자는 “첨단 서비스라는 명목보다는 경쟁사들이 은행 영업점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요충지로 여겨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덩달아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이통 3사 모두가 출혈경쟁을 자제하지 않는 한 자성의 목소리가 먹혀들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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