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가 단순히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활용 활성화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보안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도 더욱 늘려야 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최창학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전자정부팀장을 초청 ‘미래의 전자정부’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제 전자정부는 양적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의 중장기 전략을 갖춰야 하며 전자정부에 대한 편의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자정부를 실현화하면서 생체인식 등 신기술 접목을 시도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도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월화 행자부 정보화총괄과장, 김준호 정보통신부 정보화기반 과장, 신상철 한국전산원 단장, 민병준 인천대학교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전자정부의 필요성과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편집자주>
◇정태명(미래모임 회장)=전자정부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패널들이 직접 전자정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략한 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였으면 한다.
◇최월화(행자부 정보화 총괄과장)=정부개혁이라 하면 보통 조직, 인사, 예산, 그리고 기술 4가지 부문을 얘기한다. 보통 3가지 개혁이 추진돼왔지만 이제 정보기술을 활용한 정부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정부를 통해서 정부개혁을 해야만 본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최근 흐름이다. 앞으로도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전자정부를 추진할 계획이며 개별부처가 아닌 정부전체가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둘 예정이다. 특히 앞으로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김준호(정보통신부 정보화기반 과장)=‘전자정부’라고 하면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뜻하는 것처럼 호도된 부분이 있다. 전자정부의 고객이라 하면 국민, 기업,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들이 한곳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실생활에서 혁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웹을 통해 투자효율성을 높이고 상호연계 등을 통해 정보화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전자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신상철(한국전산원 단장)=전자정부를 실제 구축해 온 입장에서 2가지를 반성한다. 첫번째는 개인정보보호를 소홀히 봤던 점이다. 또 실질적인 고객인 국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개선사안이라 한다면 앞으로 부처간 이해관계를 좀더 극복해야 하고 슬기롭게 쟁점을 협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 사용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민병준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전자정부의 접근 편의성, 가상공간과 실제환경과의 괴리감 최소화, 부처간 혹은 국민간에 정보격차 축소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유비쿼터스 등 새로운 환경에 맞춘 전자정부 수립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대외 홍보 및 교육을 통해 정보격차를 줄이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태명=전자정부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많다. 전자정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제안해 달라.
◇이상현(트루게이트 사장)=현재 일부 구청에서는 생체인식을 활용해 대국민 서비스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생체인식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서도 생체인식기술은 중요한 만큼 정책에 반영됐으면 좋겠다.
◇최월화=행자부 공무원 전자카드 등 일부 정부에서도 지문인식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주민투표 등이 도입되게 되면 생체인식을 통한 본인 식별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인 인증방식으로 어떤 것이 좋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은 아직 없다.
◇공석환(변호사)=전자정부의 제일 중요한 모토는 행정의 효율성과 국민의 알권리다. 그런데 자칫 기업체의 영업비밀이 새어나가고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해 대처방안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전자정부가 단순히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현재 정부투명성 40위라고 하는데 앞으로 전자정부를 하면 20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예처럼 국민들이 전자정부의 필요성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달라.
◇유승삼(벤처테크 사장)=실생활 측면에서 얘기해보면 온라인 주소변경서비스가 가능해졌으면 좋겠다. 보통 이사를 가게 되면 동사무소, 은행, 증권 등 15곳에서 주소를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한곳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 국민들이 불필요한 곳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국가경쟁력에 마이너스다. 또 인프라 구축차원에서 웹상에서 문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엔진 개발과 문서표준화를 추진했으면 좋겠다.
◇김홍선(시큐어소프트 사장)=일본에서의 경험을 얘기해 보겠다. 일본 전자정부 프로젝트가 인상적인 것은 급하게 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분권이 잘 돼 있어 그런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 지방 특성에 맞게 유저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컴퓨터를 모르는 사용자의 입장도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 각 지방이 앞서 나가고 중앙 정부는 뒤에서 통합적으로 인프라를 지원하는 점을 우리도 고려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실지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일정 비율의 투자를 하도록 정례화하자.
◇한태인(아이링크스쿨 사장)=유저인터페이스를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그동안 전자정부를 추진하면서 기능이 작동하느냐, 아니냐에 너무 몰입해 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초점을 둬 전자정부를 추진해나가기를 부탁한다.
◇정태명=전자정부가 이제 활용단계 측면에 돌입한 것 같다. 이번 포럼은 주 사용자인 국민, 기업, 공무원 등이 전자정부를 통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공유한 좋은 기회였다.
<정리=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 주제발표 - 최창학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전자정부팀장
참여정부가 들어서며 과거 기술 지향적인 전자정부에서 국민의 생활과 행정혁신에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두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런 큰 틀 속에서 앞으로의 전자정부 추진전략을 간략히 정리하면 성장과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성숙단계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 요지다.
크게 정부의 일하는 방식 혁신, 대국민서비스 혁신, 정보자원 관리 혁신, 법제도 정비등이 분야별 어젠다로 꼽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자정부의 대민서비스 목표는 현재 15%의 민원업무 온라인화를 5년 후 8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5년 후까지 기업지원경쟁력도 24위에서 10위권에 진입하도록 하고, 국민의 관청방문횟수를 연 평균 10회에서 3회 이내로 줄이도록 하겠다. 전자정부 활용률도 23%에서 60%로 늘릴 것이다.
또 전자정부를 진행하며 법적인 부분에도 고민을 많이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법제 정비 방안 보고도 마친 상태다. 특히 현재까지는 전자정부가 대체로 부처단위 사업이 많았는데 향후에는 범정부적인 사업들이 포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이에 적극 대비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부처간의 정보공유문제, 정보보호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돼 있다.
올해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나열해보면 범정부 통합전산환경구축, 정보보호체계 구축, 인터넷 민원서비스 고도화, 국가안전관리종합서비스, 전자무역서비스 등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미래에는 전자정부 완성도를 통합처리단계로 진입시킴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다. 향후 5년 내 전자정부 지수는 15위(2003년도 기준)에서 5위 이내로, 정보화지수를 16위에서 5위 이내로, 정부투명성을 40위에서 20위권 내로 진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 이모저모
○…올해 미래포럼 회장인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가 인사말을 했다. 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미래모임이 ‘미래를 움직이는 정보통신인의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했다. 이어 올해 미래포럼 웹 사이트를 새로 열고 회원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해 눈길. 현재 약 200여명에서 2년내 1000여명까지 늘려 명실상부한 정보통신인 모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포럼에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소장,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 유승삼 벤처테크 사장 등 미래포럼 원년 멤버들이 오랜만에 참석하는 등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산학계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실무책임자들이 대거 참석해 미래포럼이 정책포럼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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